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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온상'된 지하철 역사…사각지대에 CCTV 의무 설치 추진

'성범죄 온상'된 지하철 역사…사각지대에 CCTV 의무 설치 추진
지난해 9월 17일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추모공간 벽에는 오가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담긴 메모가 붙어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 지난 16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혐의로 4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2일 오전 0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인천지하철 2호선 마전역에서 역무원 B씨를 따라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있던 화장실 옆 칸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에 맞닥뜨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해당 사건으로 지하철은 이제 더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하철 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범죄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들어 다양한 성범죄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범죄예방 차원에서 지하철내 잠재적인 위험 예상 지역에 대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지하철 범죄 연 2500건…신고 건수 40%가 성범죄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내 범죄 신고를 보면 한 해 2500건이 넘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 지하철 내 범죄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2673건, 2021년 2619건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7월까지 1733건에 이르면서 점차 범죄가 늘어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로 여성 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내 성범죄(추행, 불법촬영 등)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874건에서, 2021년 972건으로 1년새 100여건이 늘었다.

지난해 7월 기준 역시 628건에 달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범죄 신고 건수의 약 40%는 성범죄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다른 범죄와 달리 성범죄 증가 속도가 가파른 측면이 있다. 지하철 특성상 출퇴근 시간대 이용객 밀집도가 높은 데다 교묘한 수법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껴도 이를 성범죄로 신고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상당수 있는 실정이다. 지하철 구조가 복잡하고 이동 인구가 많을 경우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도피가 용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성범죄가 증가한 이유로는 코로나 감염 감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방역 상황이 2020~2021년에 비해 완화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범죄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불법촬영 등에 사용되는 카메라 기술의 발전, 강력범죄·계획범죄 등도 성범죄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강득구 의원은 "지하철 내 고질적인 성범죄인 성추행, 불법촬영 등에 대한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하철 내 범죄에 대한 강력한 치안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온상'된 지하철 역사…사각지대에 CCTV 의무 설치 추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4호선 환승 통로 계단에 불법촬영 범죄예방을 위한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지하철 CCTV 사각지대 줄이는 ‘철도안전법 개정안’ 발의

이처럼 늘어나는 지하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최근 안전사고, 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지하철 역사 공간을 CCTV 설치 범위에 포함하는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사고, 범죄발생 우려가 있는 지하철역을 CCTV 설치·운영 의무가 있는 철도시설의 범위에 포함해 범죄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가 예산범위 내에서 CCTV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행법에서도 철도차량의 운행상황 기록, 교통사고 상황 파악, 안전사고 방지,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철도차량 또는 철도시설에 CCTV를 설치·운영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는 있다. 하지만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이용객 보호가 필요한 장소는 CCTV 설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소 의원은 "도시철도는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많은 사회적 약자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CCTV가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며 "'철도안전법 개정안'를 통해 CCTV 사각지대를 줄이고 범죄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법안 발의배경을 설명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