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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국회서 韓·중동 지속발전포럼 만들어 민간교류 지원" [fn이 만난 사람]

김정훈 전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듣는다
대담 = 정인홍 정치부장·부국장
UAE와 MOU 투자로 이어지려면
왕정국가의 톱다운방식 이해하고
니즈에 맞는 프로젝트 발굴해야
우리기업 현지 진출 뒷받침 위해
정부차원의 금융투자 교류도 절실

"3·4월 국회서 韓·중동 지속발전포럼 만들어 민간교류 지원" [fn이 만난 사람]
김정훈 전 국회 정무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고문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중동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민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한·중동 지속발전포럼'을 공식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우리는 중동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중동 비즈니스는 톱다운 방식이다. 중동 국가의 니즈가 뭔지를 정확히 파악해 그들이 반할 만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부산에서 4선 의원을 지낸 김정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여의도에 입성한 초선의원 시절부터 중동에 관심이 많았다. 중동이야말로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현역시절 한·UAE(아랍에미리트) 의원친선협회장을 8년간 내리 했다. 2013년 19대 국회 정무위원장 시절엔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중동 금융투자포럼'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표단을 이끌고 UAE를 방문, 투자펀드 조성을 비롯해 방산 및 원전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UAE 순방을 통해 역대 국가간 최대 투자규모인 300억달러(약 37조원) 유치라는 알찬 성과를 이뤄냈다. 분야도 원전, 방산, 수소·태양광 에너지 등이 총망라됐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한 세일즈외교에서 기업간 양해각서(MOU)도 48건이나 체결했다. 이제는 양국 간 합의한 투자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후속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김 전 의원은 20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동과는 제대로 된 민간교류 채널이 없다"며 "오는 3, 4월쯤 국회에서 '한·중동 지속발전포럼'(가칭)을 공식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UAE 순방에서 300억달러 투자를 이끌어냈는데

▲새 정부 들어 첫 경제외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달러 투자 MOU와 많은 경제협력 MOU를 체결해 큰 성과를 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중동 순방때도 동행했지만 이번 정부가 외형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냈다. 앞으로 제2의 중동붐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은 포스트 오일머니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높은 기술 경쟁력과 두터운 신뢰에다 근면 성실함까지 갖춘 한국을 최적의 투자 파트너로 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이번 투자유치에 녹아 있다.

―실질적인 한국 내 투자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투자 MOU 체결했다고 돈이 바로 다 투자되는 건 아니다. 양해각서는 투자의향서이기 때문에 기속력(羈束力·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직접 한 재판이나 처분에 스스로 구속되어 자유롭게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이 없다. 19대 국회때 아부다비에 한국 ICT(정보통신기술)센터를 만들어 양국간 정보통신 분야의 교류 협력을 강화시키고자 MOU를 체결했지만 나중에 흐지부지됐다. MOU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질 투자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보다 중동 국가의 니즈가 뭔 지를 정확히 파악해 그들이 반할만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 T50 공군훈련기를 UAE에 수출하려 했으나 민간차원의 장기프로그램을 원하는 UAE측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성사되지 못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한-UAE간 300억불 투자유치 약속의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민관합동회의를 한 건 매우 잘한 일이다.

―중동 국가의 비즈니스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중동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중동은 왕정국가다. 비즈니스 방식은 탑다운으로 해야한다. 중국처럼 ��씨(인맥)를 중요시하고, 날씨는 덥고, 돈은 많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답답한 점도 별로 없다. 마음에 안들어도 딱 잘라서 얘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 중동 내 한국 중소기업들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민간이 서로 협력하는 민관 지원 플랫폼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민관 투자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왜 필요한가

▲중동은 국부펀드, 에너지 기업 등이 대부분 국영기업으로, 투자 MOU를 구체적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민간만 나서선 안되고 정부가 뒤에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껏 중동국가들과의 교류는 정부차원에 치중했는데 공무원들은 몇년 지나면 다른 자리로 이동하기 때문에 중동을 잘아는 그룹이 나서서 끈질기게 협력방안을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중요한 건 민관중심의 네트워크인데 UAE가 실제 투자할 만한 프로젝트를 얼마나 그 국가의 니즈에 맞게 제대로 발굴해내느냐가 투자유치 실현의 관건이다. 우리나라에는 중동전문가도 없고, 민간 차원의 제대로 된 교류채널도 없다. 과거 19대국회 정무위원장 시절 중동국가에 초청돼 가면, '제발 금융계통 한국 인재들이 미국 유학만 고집하지 마라'고 한다. 중동에 소재한 대학 졸업하고, 국부펀드 등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유일한 중동 금융전문가로서 경쟁력이 높아질 거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지난해 9월 UAE를 방문한 이유는

▲당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표 등과 함게 아부다비에서 칼둔 무바달라(국부펀드) 회장을, 두바이에선 UAE 은행연합회장 등을 만나 공동펀드 조성해서 중동 진출하는 한국기업 지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시 칼둔 회장은 방산, 원전, 수소,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고, 공동펀드 조성에 함께 노력키로 했다. 이번 UAE 300억불 투자 유치도 제가 작년 칼둔 회장을 만나 합작투자 논의를 한 후 칼둔의 무바달라사가 이미 작년 10, 11월에 한국 금융시장을 미리 파악하고 간 결과로, 한국에 대한 투자수요를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거다.

―민간차원 중동교류 활성화 방안은

▲오는 3, 4월쯤 국회에서 '한·중동 지속발전포럼'(가칭)을 공식 발족해 중동과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 한국은 돈이 은행에 다 몰려 돈이 돌고 있지 않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이번 오일머니가 실제 유치된다면 침체된 한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순방때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는데 금융쪽 인사들이 거의 가지 않은 게 아쉽다.
그동안 한·중동간에는 건설, 방산, 원전 등 각종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이 이뤄졌지만 유독 금융투자 분야만 교류가 없었다. 한국 기업이 중동지역에 진출하려면 금융에서 파이낸싱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정부차원에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교류에 나섰으면 한다.

정리=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