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2일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에서 개최된 일본유신회의 참의원 선거 거리연설회에서 이노세 나오키(사진 왼쪽) 전 도쿄도 지사가 에비사와 유키 입후보 예정자의 머리를 만지고, 가슴에 손을 대고 있다. 출처=유튜브
[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여성 정치인들을 향한 성희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월 선거를 앞두고 ‘상담센터’까지 설치됐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은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의원 괴롭힘 상담센터’를 개설했다. 상담센터는 전국 여성 의원과 후보자를 위한 온라인 상담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여성 의원을 서포트하는 단체 ‘스탠바이 위먼’의 하마다 마사토가 이 상담센터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마사토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여성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상담 창구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특히 비서가 없고 혼자 행동하기 쉬운 지방 의원들이 쉽게 성적 괴롭힘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8년 남성 유권자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폭로한 도쿄도 마치다시의 히가시 토모미(38)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토모미 의원은 “남성 유권자와 악수했을 때 손을 쓰다듬거나 팔에서 시작해 겨드랑이까지 손을 타고 올라와 만지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당선 이후에도 남성들에게 ‘만나러 와라’, ‘1주에 한 번씩 스케줄을 보내라’ 등의 강요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남성 유권자 중 일부는 ‘정치인은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를 악용해 여성 의원들을 향해 신체적 성적희롱과 언어폭력까지 구사한다”고 토로했다.
일본에서는 성폭력, 폭언 등 여성 및 신인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와 동료들의 괴롭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앞서 2021년 내각부가 지방의회 남녀의원 551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성 의원(1247명)의 57.6%가 성희롱 등을 당했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와 동료 의원으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많이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지사가 선거를 1개월가량 앞두고 거리 연설회에서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의 어깨와 가슴, 머리카락 등을 손으로 만져 성추행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노세 전 지사는 SNS를 통해 “경솔했다.
앞으로 주의해 행동하겠다”고 사과했다. 에비사와 또한 “이노세 전 지사와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세는 이 사건 이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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