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산율 0.78명으로 추락
외국인 이민 수용밖에 답 없어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또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17.4%나 증가해 인구가 12만3800명 자연감소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출산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16년 동안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돌아온 것은 역대 최저치 경신이라는 참담한 결과다. 저출산 대책은 역대 정권들이 헛발질을 한 역사적 실패작이 됐다.
아이를 낳지 않는 데에는 양육과 교육, 주거, 복지 문제 등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50년 후가 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전체 인구도 3700만명으로 쪼그라들 게 확실하다. 인구는 국력의 가장 기본적 구성요소다. 중국과 인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으면서도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은 많은 인구 덕이다. 인구가 많아야 생산력이 커지고 전체 경제력을 증대시킨다.
인구 문제는 백년을 내다봐야 하는 국가적 중대사다.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산 대책이 왜 실패했는지부터 따져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을 여러 부처에서 중구난방식으로 남발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을 확보하려고 연관성이 없는 데까지 저출산을 갖다 붙임으로써 돈만 까먹은 꼴이 됐다.
먼저 인구 문제를 총지휘할 수 있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집행력이 없는 허울 좋은 조직일 뿐이다. 대통령실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 아래 총괄하는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프랑스가 출산과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들로 어떻게 저출산에서 벗어났는지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회적·문화적으로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 동거와 이별이 자유롭다. 혼외자를 사생아라고 하여 백안시하는 우리의 전통적 풍토가 문제일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낮아 사교육비를 한 달에 최고 수백만원씩 들여야 하는 교육환경도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하루아침에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결국에는 외국 이민 수용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민족인 대한민국에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히 강하다. 그러나 옹색한 국수주의에 빠져 있다가는 자칫 국가의 붕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나 호주가 강국이 된 이유는 다인종에 대한 문호 개방이었다.
재외동포청은 올 상반기에 신설하기로 결정됐지만, 이민 수용을 담당할 이민청 개설은 아직 소식이 없다. 이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그에 앞서 조직부터 만들어 논의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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