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기요금에 술값까지 안오른게 없어
월급은 쥐꼬리만큼 올라 실질소득 마이너스
외식물가 상승이 끝이 없다. 웬만한 국밥 한그릇은 이제 만원을 훌쩍 넘어섰다.원재료값 인상에 가스비까지 오르면서 식당 자영업자도 부담이 커졌다. 서울 한 식당에서 가스 불에 국밥을 끓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난방비에 전기료 폭탄, 소주값 인상 등 끝없는 물가상승에 서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억제하고는 있지만,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강해지면서 5% 안팎의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재차 4%대로 올라서는 등 고물가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들고 있다. 서민들은 실질소득이 줄어 곡물, 채소 등 식료품 지출을 크게 감축하는 등 지갑을 닫고 있다.
껑충 오른 관리비 요금 고지서에 한숨만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난방비 폭탄에 이어 이달 난방비·전기세 폭탄이 겹쳐 관리비 고지서 요금이 급등했다. 추위 속 가스난방이나 전기보일러 등을 사용하면서 에너지요금 상승 요인이 컸다.
여수에 사는 A씨는 "전기 사용량이 누진구간을 조금 넘었는데 평시보다 4만원 정도 더 나왔다"며 "아낀다고 아꼈는데 고지서를 보고 놀랐다. 기본요금 많이 오른 것이 체감된다"고 한숨 쉬었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을 3차례 올려 ㎾h당 19.3원 인상했다. 올해 1·4분기도 13.1원을 올려 누적 인상폭이 커졌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한전은 지난해 30조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20조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제 가스가격 인상으로 난방비 가격도 급등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고, 지난 정부가 가스가격 인상도 억제하면서 이번에 인상요인이 컸다.
전 정부는 물가 부담을 우려해 가스요금을 2020년 7월 부터 약 20개월 동안 동결하면서 가스공사 미수금이 약 9조원 규모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4·5·7·10월) 네 차례에 걸쳐 1MJ(메가줄) 당 5.47원을 인상했다. 2·4분기에 요금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소상공인들도 난방비 폭탄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월 실시한 긴급 난방비 실태조사에서 난방비가 30% 이상 상승했다는 응답이 절반(51.6%)을 넘어섰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기준금리 연말 3.7~4.0%까지 오를 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 지속으로 경기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1월 상승폭을 키우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상단을 4.75%에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물가 압박으로 2월 3.5%로 동결했지만, 연말 3.75∼4.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5.2% 상승하는 등 꺾이지 않고 있다.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등 계절적 요인을 제거)도 5.0% 올라 지난해 8월 4.4%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5.2%) 이후 13년 11개월만에 최대여서 상승세가 깊어지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아직 진행형이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국민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상황 등도 감안해 조정 수준과 시기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대신 취약층을 두텁게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반기 도로·철도·우편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급한불을 껐지만, 하반기에는 관련 공기업 부실로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전망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류 배송 중인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소주 한 병 6000원…당분간 인플레 지속될 듯
이에 따라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1년간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재차 4%대로 올라섰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하면서 5% 안팎의 고물가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향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 경기둔화 우려로 금리인상 기조를 잠시 멈췄지만, 향후 물가 등 여건을 고려해 추가 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같은 고물가에 가계 실질소득이 줄면서 소비여력이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가계 총소득은 소폭 증가했지만, 지출은 더 많이 늘었다. 4·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전년 동분기 대비 4.1%↑)이었지만 물가상승 등으로 실질소득은 1.1% 줄었다.
이에따라 곡물, 채소 등 식료품 지출을 크게 줄이는 등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서민들 시름을 달래는 소주, 맥주 등 주류가격도 올라 일부 식당에서 한병당 6000원에 팔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주류 업체와 외식 업계는 원부자재 비용과 인건비, 주류세 상승 등으로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들은 원가는 찔끔 오르는데 병당 1000원씩 오르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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