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번째 가상자산 비트코인, 이더리움·리플 등장하며 호황기 맞아
금융거래시 높은 변동성과 낮은 안정성.. 가치저장매개 수단으로 신뢰성에 의문
FTX 등 파산 이어졌지만 여전한 인기.. 유럽 대부분 디지털 통화 법적 허용
에스토니아엔 비트코인ATM 운영도.. 글로벌 가상거래 50% 이뤄지는 亞
日·싱가포르·인도 가상자산 친화적.. 中·태국서는 엄격한 규제·관리 적용
세계 가상자산 산업 성장세 유지 전망.. AML·CFT 등 가상자산 단점 보완나서
각국 중앙은행 CBDC 발행 추진 속도
정부, 디지털 화폐 혁신 글로벌 경쟁 속 민간기업과 어떻게 협력할지 고심해야
최윤기 교수는 한미재무학회(KAFA) 멤버로 1997년부터 미국 센트럴플로리다 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영자 보상을 비롯한 거버 넌스 문제, 뮤추얼 펀드 성과 평가 및 시장 변동성에 관한 예측 분야를 주로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분야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 시장의 광기에 가까운 거래로 위기감을 느낀 한국 정부는 비트코인 및 기타 가상자산 거래를 개인 실명으로 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그 후 금융감독기관은 초기 코인 오퍼링(ICO)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비트코인 거래소는 매일 수백만달러 규모 거래를 처리하며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약 5% 비중을 차지할 만큼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중 하나인 빗썸은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유명하고 널리 사용되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다. 2013년 설립된 이 플랫폼은 주로 아시아 지역을 위해 제공되며 다양한 가상자산을 다룬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최근 빗썸은 위법 혐의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 법무부는 금융사기 방지와 범죄활동 관련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크립토 추적시스템을 소개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새로운 금융혁신 수단에 대한 세계 각국의 태도와 대응계획을 살펴보며 이 치열한 경쟁 속에 가상자산이 한 국가의 화폐 및 금융제도에 끼칠 영향을 논하고자 한다.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어떤 협력이 가능할까 고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가상자산의 기원
가상자산은 보안을 위해 암호학을 사용하는 전자 또는 가상화폐다. 중앙(Centralized) 정부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고 분산(decentralized) 처리되고 거래자 신상불명이 중요한 긍정적 요소가 된다. 첫 번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2009년 익명의 사람 또는 그룹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을 사용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기능을 가진 가상자산들이 등장했다. 이더리움, 리플 등이 대표적이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네트워크에 있는 여러 컴퓨터들이 거래를 기록·저장하는 분산저장 기록시스템이다. 그러므로 한 슈퍼컴퓨터에 기록된 거래내용이 네트워크 안에 있는 다른 슈퍼컴퓨터와 자동 공유되기 때문에 거래내용이 투명할 수밖에 없다. 거래자 신분 비밀보장도 결정적 장점이다.
지지자들은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체계보다 개인들에게 더 편리한 금융거래상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높은 변동성과 낮은 안정성을 이유로 신뢰성 있는 가치저장매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맞받는다. 일례로 올해 정월에 가상자산 기업인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파산 신청을 했다. 지난해 10월경 있었던 헤지펀드 쓰리애로즈캐피털과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에 잇따른 결과다.
이처럼 논란과 의견들이 무수한 가운데 가상자산은 아직도 인기가 높다. 다수 기업과 개인들 사이에 매매거래 결제방식으로 인정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상품 자체와 관련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 세계 정부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 중이다.
안전한 글로벌 금융체계 유지를 위해 금융 및 규제대상 기관들은 돈세탁방지(AML)와 테러 재정지원 방지(CFT) 규제를 걸고 있다. 가상자산이 마약 거래, 테러 기금 조달, 부패 등 범죄에 활용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자금세탁방지제도(AML·CFT) 규제는 국가마다 다르다. 다만 돈세탁 및 테러 기금 조달 대처에 관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금융행위 과제포스(FATF)라는 국제기구 추천을 따른다.
■유럽·라틴아메리카 현황
덴마크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디지털 통화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때문에 많은 상인들이 가상자산에 의한 거래 결제를 수용한다. 하지만 정부 가상자산 관리정책에선 차이가 있다. 독일은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가령 1년 이상 보유 시 면세 혜택을 주고 600유로 미만 수입은 비과세다. 에스토니아는 유럽에서 가상자산 기업들에 매우 호의적인 나라 중 하나다. 시내에서 비트코인 ATM을 찾기 쉽고, 안정적인 가상자산 발행(ICO)을 위한 규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위스는 2018년 경제미래장관이 세계 최초 '가상자산 나라'가 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역시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 확산이 현저한데 그 이유가 다채롭다. 이미 많은 라틴 국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따른 화폐의 심한 변동성 및 약화로 시민 다수가 금과 미국달러 등 보다 안전한 자산에 재산을 투자하거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선호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은행 서비스의 신뢰 상실, 젊은 인터넷 세대들의 등장으로 네오뱅크와 가상자산 등 대안 서비스에 관심이 많이 생겼단 뜻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은행 송금이 아닌 가상자산을 이용한 송금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여기게 된 상황이다.
■아시아 현황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회사 코인텔리그래프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아시아에서 가상자산은 급성장을 경험했다. 중앙 및 남아시아 거래량이 706% 상승했고, 그 가치는 572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거래 가치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 약 50%가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상자산에 대한 대책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가상자산 친화적인 국가 중 하나다. 정부 규제기관이 비트코인 및 기타 가상자산을 돈과 법적 재산으로 인정한다. 가상자산 산업은 자체 금융서비스 기관에 의해 통제되며 결제서비스 법은 가상자산을 결제 방법으로 간주한다.
가상자산 소유·투자에서도 제한이 없다고 알려진다. 또 AML·CFT 규례하에서 가상자산을 취급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관련 지침에 따라 정부 관리 아래 두게 된다.
인도 정부는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꾸준한 변화가 있었다. 2016년 화폐 채굴부터 자산 구입, 판매, 보유까지 모든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규제가 완화됐다. 소비자와 기관투자자를 금융사기 행위와 조작 투자에서 보호하겠단 취지로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부과를 재검토하고 해당 거래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싱가포르는 오랫동안 블록체인 개발과 가상자산의 긍정적 사용을 권장해왔다. 가상자산 거래와 디지털 자산 소유는 법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최근엔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 회사에 대한 광고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상자산 ATM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싶은 회사들은 국가 기관에 신청해야 한다. 영업면허 발급 후에만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 영업본부를 싱가포르에 두고 AML·CFT 요구 사항도 준수해야 한다.
태국은 가상자산 통용이 국가경제와 금융안정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규제기관들은 태국은행, 증권거래위원회 및 재정부 공동 발표에 따라 가상자산을 상품 또는 회사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려는 분위기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가상자산이 국가 금융체계에 미치는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은 가상자산에 매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발행, 거래 및 서비스 제공을 금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에 대한 걱정으로 채굴도 막고 있다.
앞서 2013년에는 가상자산 거래를 이행하는 은행들 활동을 금지했고, 2017년엔 ICO 금지와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니스에 대한 강제 조치로 그 가치가 급락한 사례가 있었다. 2021년 6월 중국은 탄소배출 감소라는 공식적 이유로 화폐 채굴을 금지했다. 최근엔 분위기가 다소 풀리는 모습이다. CBDC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통화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관리와 통제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중앙은행 전자화폐(CBDC)
가상자산 기반 민간 화폐의 혁신적 발전은 중앙은행 화폐제도와 금융정책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하버드 법대 포럼논문(2019)은 핀테크·빅테크 회사들이 어떻게 전통 은행시장을 침식할 수 있는가 설명한다. 이 논문은 미래에 CBDC 건전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벤모, 카카오뱅크, 로빈후드 등 핀테크는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혁신을 지칭하며 빅테크는 이미 디지털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혁신회사를 말한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등을 들 수 있다.
첫번째 전통 은행시스템 약점으로 '정부 규제'가 제시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제도'가 있고 '최소한 자본'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결과적으로 비용도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 반면 핀테크와 빅테크사들은 규제에서 자유롭다.
두번째 한계는 지금까지 유지돼온 은행 시스템이다. 전통은행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대부분 핀테크 혁신을 도모해 거대한 고객기반을 토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대규모 은행 시스템은 재래식 골조 위에 현대판 인터넷 기술(IT)이 추가로 구축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핀테크 혁신을 통합하는 일은 구조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종합적으로 볼 때 빅테크 및 가상자산 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가상자산의 심한 변동성과 신뢰성 문제로 인해 각국에서는 중앙은행을 통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우선 중앙은행 전자화폐의 원활한 공급으로 은행 민간서비스에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핀테크 산업 진출로 말미암은 빅데이터 시장과 신뢰 문제가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화폐 혁신이 중앙은행의 보다 유연하고 효능 있는 화폐제도에 지대한 도움이 되리라 본다. 결국 혁신을 생명으로 여기는 민간 화폐와 안정을 보장하는 중앙은행 화폐 간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정리 =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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