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34년 만에 처음으로 눈보라 경보가 발령됐다.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몬가 윌슨 애비뉴에 폭설이 내리고 있다. 뉴시스
태평양 연안의 따뜻한 지역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강력한 겨울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서부 해안이 물에 잠기고, 강물 수위가 위험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로스앤젤레스(LA)에는 눈까지 내렸다.
AP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NWS)을 인용해 캘리포니아 남서부에 역대 최악의 폭풍 가운데 하나가 몰아치고 있다고 전했다. 강풍이 약화되고, 강우량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양상이다.
해발 305m의 비교적 저지대에도 눈발이 흩날렸다. LA 북부 샌타클래라 교외 고지대는 눈으로 덮였고, 동부 내륙 교외 지역에도 드물게 눈이 내렸다. 삼림지역에는 강풍 경보가 지속되고 있고, LA 지역 전체에 홍수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수일간 몰아친 강풍으로 나무들이 뿌리 채 뽑히고, 전선이 끊겨 12만여가구가 정전됐다. 또 서부해안 남북을 연결하는 주고속도로인 5번 주간도로(I5)는 폭설과 LA 북부 산악지역을 관통하는 테혼패스(Tejon Pass)의 도로 결빙으로 인해 폐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LA 북동부 샌개브리얼 산맥 마운틴하이 리조트 지역 강설량도 205㎝에 이르고, 샌버나디노 산맥 스노밸리 지역에는 160㎝의 눈이 쌓였다.
NWS 기상학자 잭 테일러는 이미 고지대에는 눈이 60~90㎝ 쌓였지만 앞으로 30~60㎝는 더 내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중 강물이 거의 없거나 마른 상태인 LA강과 주변 물길에는 이날 수량이 불어나며 급류가 흘렀다.
LA소방국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강에서 조난당한 노숙자 4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LA카운티 북쪽 발렌시아 지역 샌타클래라강에 이동주택들이 떠내려갔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광경이 끔찍했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햇볕이 유명한 애리조나주도 이날 오후부터 26일 중반까지 심각한 눈폭풍이 예고됐다.
미 동부 지역도 지난주 초 몰아친 겨울 폭풍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35만여 가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난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업체에 따르면 일부 전선에 1.27㎝ 두께의 얼음이 얼어 송전선이 끊겼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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