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월세, 너마저"… 개강 앞둔 대학가 원룸촌 '비명'

대면교육 재개로 원룸 수요 급증
작년보다 시세 10∼30% 올라
70만원대가 기본, 생활비도 부담
학생들 최대한 아끼고 알바 전전

"월세, 너마저"… 개강 앞둔 대학가 원룸촌 '비명'
지난 25일 서대문구에서 자취를 처음 시작한 박모씨(20)의 손에 식재료와 각종 가재도구가 든 장바구니가 들려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지난 1년 사이 대학가 월세가격은 많게는 30% 이상 크게 상승하면서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 월세 급등의 원인으로는 △고금리 상황 △전세 사기 이후 월세 선호 현상 △대면 수업 확대 등 '삼중고'가 지목된다. 주거비가 급증하자 대학생들은 소비를 최소화 하는 한편 그만뒀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0만원' 넘긴 대학가 월세

지난 25일 찾은 서울 관악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 붙은 월세 시세는 60만~70만원 수준이었다. 서울대가 있는 대학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과는 거리가 먼 시세였다.

서울 관악구의 공인중개사는 "보증금 1000만~3000만원 정도에 월세는 70만원 내외에서 가장 거래가 많다"며 "(1년 전에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5만원이면 좋은 방이었는데 이제 기준이 3000만원에 75만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이화여대가 있어 서울의 대표 대학가로 꼽히는 서울 서대문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13.2~16.5㎡(4~5평) 규모 원룸 기준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대였던 평균 가격이 1년 전 대비해서 1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의 보증금 1000만원 이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년 동월보다 대체로 10~30% 수준이 오른 것으로 나타냈다. 예컨대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의 경우 69만1000원으로 1년 전(51만7000원)에 비해 33.7% 올랐고 연세대학교 주변은 55만4000원으로 1년 전(48만2000원)에 비해 14.9% 올랐다. 서울대학교 인근은 35만7000원에서 42만3000원으로 18.5% 상승했다.

갑작스럽게 급등한 월세에 대학생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군 제대 후 복학하면서 지난 1월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를 시작한 최모씨(22)의 경우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방을 계약했다.

최씨는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며 "전북 전주, 인천, 서울 강북구 등에서 자취하는 가족, 친구들에 비해 가격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지금은 복학 전 아르바이트해 모아 놓은 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곧 새로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식비마저 줄였다"

문제는 당분간 이처럼 급등한 월세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대면교육이 확대된데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전세자금 대출을 꺼린 것도 월세를 선호하게 된 원인이다.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월세수요가 많아지기도 했다.

이미 지난해 비대면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대학가의 원룸 수요를 높인 바 있다. 수요가 높아지면서 월세는 지난해부터 상승세였다. 여기에 올해는 고금리가 추가적으로 월세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금리 상황에는 전세자금대출 금리 부담으로 월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 여기에 임대인들도 대출금리 부담으로 월세를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올해 언론의 잇따른 '빌라왕' 보도에 따라 세입자들이 전세 사기 걱정이 없는 월세를 찾으면서 대학가 월세방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생활비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씨(23)는 1년간의 인천 송도 캠퍼스 생활을 마치고 지난 22일 서대문구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송도캠퍼스에서는 한 학기에 130만원짜리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이번에 계약한 집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65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이다.


박씨는 "고물가까지 부담돼 현재 식당, 과외 가릴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2학기가 시작할 무렵 자취를 시작한 학생 김모씨(22)는 생활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대부분 요리해 먹고 있다. 그는 "외식이 그립다"며 "이제는 배달도 한 달에 한두 번 시켜 먹을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