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건설현장 내 '가짜 근로자' 퇴출을 선언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 안하고 돈만 받는 가짜 근로자를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지난 26일 서울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한 ‘일 안 하고 임금만 받는 근로자 실태 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경기·인천, 부산·울산·경남 철콘연합회에 소속된 전문건설업체 대표들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고발했다.
연합회 측은 소위 '일 안 하는 팀장'이 평균 560여만원의 월급을 받았고, 많게는 월 1800만원까지 챙긴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1개 하도급사로부터 1인당 지급받은 총액 기준으로 평균 약 5000만원, 최대 2억7000여만원까지 지급됐고, 이들은 평균 약 9개월 동안 월급을 받았다. 1개 현장에서 1개 하도급사에 고용된 인원은 평균 3명, 많게는 8명까지 됐다. 정부는 이들의 근태 기록 등 증빙 자료를 확보해 세부 실태를 분석할 예정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수도권과 부울경에서 건설 관련 노조가 현장에 채용을 강요하며 작업반을 투입시키는 게 관행"이라며 "이렇게 투입되는 작업반에는 소위 '일 하지 않고 임금만 받는 팀장'이 포함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폭로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장이 개설되면 건설 관련 노조가 원도급사 소장실에 우선 방문해 작업반 투입을 통보한 뒤, 하도급사에 채용 사실을 일방 통보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작업반 팀장은 출근 도장만 찍고 사무실에서 쉬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다른 현장의 집회에 참여하거나 비노조원의 공사를 방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건설현장에서는 사용자가 건설 관련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을 직접 지휘, 감독하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원 장관은 "모두가 땀 흘려 일하는 동안 팀장은 망치 한번 잡지 않고 일당을 챙긴다"라며 "이러한 돈은 현장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진짜 근로자에게 돌아갈 몫이고, 결국 이들이 챙겨간 돈은 건설 원가에 반영돼 아파트를 분양받은 국민이 모두 떠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또 "법치와 공정을 민생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니, 보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피해 사례를 적극 신고해달라"라며 "일 안하는 팀, 반장을 근원이나 배후까지 뿌리 뽑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강도 높은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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