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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변리사법 개정을 위한 '마부위침'

[테헤란로] 변리사법 개정을 위한 '마부위침'
중국 당나라 시대 시인이자 문학가인 이백이 산에서 학문을 연구하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한 노파를 만났다. 그 노파는 도끼를 갈고 있었는데 이백이 그 노파에게 왜 도끼를 가는지 물으니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고 있다며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 도끼도 바늘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일화로 탄생한 고사성어가 마부위침(磨斧爲針)이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최근 14년여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결국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법안이 많아 '법안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법안심사 제2소위로 밀려났다.

법사위는 전통적으로 법조계 출신 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어 변호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해당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다만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다수 의원의 동의와 소송 당사자인 과학기술·산업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던 만큼 통과 가능성도 일부 점쳐졌지만 이번 국회 회기 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변리업계에서는 그동안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염원하고 있던 만큼 법안 통과 무산으로 인한 충격이 큰 상황이다.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특허청의 미온적인 대응을 바탕으로 관리·감독기관 이전, 특허청장 사퇴 요구 등 강력 반발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안 자체가 무산된 게 아닌 만큼 남아 있는 국회 회기 동안 변리업계는 물론 과학기술·산업계가 함께 법안 통과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6년 17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처음 국회에 발의된 이후 상임위를 통과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법사위까지 오른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변리사의 소송 공동대리 허용과 관련된 이슈는 이미 20년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제도 도입에 필요성을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지금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마부위침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산업IT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