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들이 4일(현지시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여성 단체들의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란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극물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히잡 의문사가 발생함에 따라 이란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여학교에서만 연쇄적으로 독극물 테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범죄가 여학교 폐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란의 성지 도시인 쿰(Qum)을 비롯한 여러 지역 여학교에서 수백 건의 독성물질 중독 사건이 발생해 학생 수십 명이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독극물 공격으로 인해 다친 학생들은 호흡기를 통해 독성물질을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 파나히 이란 보건부 차관은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을 통해 "누군가가 모든 학교, 특히 여학교 폐쇄를 노렸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파나히 차관은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들에는 '화합물'이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이란 의회 보건위원회 소속 호마윤 사메 나자파바디도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은 현지 신문 에테마드를 인용해 이란 수도 테헤란과 남부의 쿰, 북서부의 아르데빌, 서부의 보루제르드 등 4곳의 최소 14개 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30일 쿰의 한 고등학교에서 18명이 증세를 보인 것을 시작으로 여학교 12곳에서 학생 최소 200명과 교사 1명이 메스꺼움, 두통, 기침,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학생 대부분 짧게 치료를 받았지만, 일주일간 입원한 학생들도 있으며 일부는 수개월간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피해자 학부모들이 쿰시 청사 밖에 모여 "학교는 안전해야 한다", "당국은 응답하라"며 사건 원인 규명과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수사를 지시했지만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신들은 이 사건이 지난해 9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이란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와중에 발생했으며, 인접국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헤란 알자흐라 대학의 이슬람 연구원인 나피세 모라디도 "탈레반의 여학생 교육 금지 조치를 본 쿰의 광신적 집단들이 여학생들을 집에 가두려는 목표로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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