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검찰 출신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폭 논란'으로 인사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의 인사 검증이 후보자의 탈·불법 행위에 치중한 결과, 도덕적 판단 근거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인사 검증을 총괄하는 대통령실에서는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에서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자녀 문제로 인사에 낙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5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녀들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아빠찬스'논란으로 사퇴한 데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의대 편입학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녀문제로 낙마한 두 사람을 포함해 중도 사퇴한 고위직 공무원은 6명에 달한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생긴 구조적으로 문제로 해석된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인사검증업무를 담당하던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되면서 신설됐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 결과를 받아 2차 검증 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자의 탈·불법 행위 여부 검증에 치중하다 보니 도덕적 기준에 대해서는 고려가 부족한 점이다.
더구나 이번 '정순신 사태'의 경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인사 추천을 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에는 전 대검 사무국장 출신인 복두규 인사기획관, 전 대전지검 검사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있다. 1차 검증은 한동훈 법무장관 지휘 하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하고, 2차 검증을 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수원지검 검사였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에서는 외부견제가 없는 인사검증이 만든 대참사라고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독립성이 필요한 직위이기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장은 개방직으로 상정돼 있고 경찰은 내부에 인사추천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어떻게 검증했는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개방직으로서 국수본부장의 인선과정은 독립성도 투명성도 담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정변호사 아들 학폭 논란을 계기로 인사검증시스템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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