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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승강기 미설치, 조사 불응 사유 안돼"

전문가 "전장연 출석 거부 부당"
경찰 "승강기 예산 반영할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찰서 장애인 편의시설 미설치'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서울 경찰서 전체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구나 이를 명분으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경찰 조사에 불응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장연이 주장하는 조사 불응 근거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일 전장연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중 32.4%에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앞에서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실태조사 협조요청을 거부한 혜화경찰서를 규탄했다.

이와 함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경찰서 장애인 편의시설 미설치를 근거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18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장애인등편의법에 위법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 대표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면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지난 1997년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장애인등편의법)의 부칙(법률 제5332호)을 보면 '이 법 시행전에 설치된 대상시설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은 이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상 7년 내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해당 부칙에 따르면 지난 2004년께에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마무리됐어야 한다.

지난 2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김재왕 변호사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전장연 기자회견에서 해당 부칙을 언급하면서 "일부 경찰서들은 아직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칙을 지키지 않은 점이 조사 불응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김병기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예산상황 등을 고려하면 모든 경우를 '위법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법에 규범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편의시설이 없기에 '위법하다'라고 한다면 법규정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든 행정이 불가능해지기에 전체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의 경우 "부칙을 지키지 않은 것도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찰) 조사 불응을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도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나아가 곽 변호사는 "경찰에서 남대문서로 조사를 병합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는데도 조사에 불응하는 선례는 없었다"며 "수사기관도 편의시설 설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양측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위법성 논란에 대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경찰청에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설치 예산 14억여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이 하달되면 즉시 (장애인 편의시설) 공사를 하겠다"며 "기존 실태조사에서 누락된 부분은 다음달 10일까지 추가로 전수조사해 경찰청에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또 "기존 (예산) 요청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누락됐다"며 "이 부분까지 포함해서 필요 예산을 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