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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신드롬, 외국 기관 연관성 없어" 미 정보기관

[파이낸셜뉴스]
"아바나 신드롬, 외국 기관 연관성 없어" 미 정보기관
이른바 '아바나 신드롬'은 질병, 주변 환경 요인 등에 기인한 것으로 외국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1일(현지시간) 결론 냈다. 사진은 2017년 10월 3일 쿠바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 AP연합

미국 정보당국이 이른바 '아바나 신드롬'이라고 부르는 전세계 곳곳의 미국인들이 겪는 이상 증상에 외국 적대기관이 연관돼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바나 신드롬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 보고된 증상으로 대사관, 또는 대사관 밖에서 직원들이 귀를 찢는 듯한 고주파 소리에 노출돼 두통 등을 겪는 것을 말한다.

이후 전세계 미 대사관, 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증상이 보고됐다.

미국은 적성국 정보당국이 그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AP에 따르면 그러나 1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보 당국은 보고서에서 외국 당국이 개입했다는 연관성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아바나 신드롬 사례는 원인이 제각각이었다. 환경 요인부터 진단되지 않은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미 정보당국은 아바나 신드롬 사례 상당수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단일 요인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대신 외국 정부가 연관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성국 정부 가운데는 미국의 아바나 신드롬 주장에 혼란을 겪는 곳도 있었고, 일부는 아바나 신드롬 자체가 미국이 꾸민 짓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사관들은 그 어떤 적성국도 보고된 신드롬을 일으키는 무기를 획득하거나 사람들을 의도치 않게 해칠 수 있는 청각장치를 갖고 있다는 "신뢰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연방 의원들을 포함해 미 정부 관계자들이 심하면 뇌손상까지 입는 아바나 신드롬 사례를 계속 보고하자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바나 신드롬으로 건강을 해친 이들에게 정부가 보상을 해주는 아바나법에 서명도 했다.

이날 정보당국 발표에도 불구하고 신드롬 당사자 측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여 신드롬 증상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 마크 자이드는 정보당국의 이번 평가가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고, 핵심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이드는 성명에서 정보당국의 장막이 걷히고, 이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 분석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한 이번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 정보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과는 96개국 약 1500건의 보고사례를 검토해 나왔다.

분석팀은 아바나 신드롬이 질병, 에어컨이나 환기시스템 고장, 컴퓨터 마우스 등의 전자파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 자신이 실제 증상을 겪은 것이 아니라 주워들은 얘기를 토대로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