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채무 물려받아 개인파산
코로나 이후로 더 빈번해져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는 법안
과거에도 발의됐지만 주목 못받아
與 조항 보완해 개정안 발의 준비
미성년 자녀에게 빚이 대물림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생명보험법안 발의가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차주가 사망 등 유사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 보험사가 대출원금 또는 원금 일부를 은행에 지급토록 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최 의원은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생계난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미성년자 자녀들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르자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부모의 빚 대물림으로 인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는 8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부모의 빚을 떠안으면서 어린 나이에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 밖에 없어 성년이 되더라도 신용 불량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 의원은 개정안에서 제20조(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에 단서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주가 사망하거나 유고시에 미성년자 자녀가 빚을 떠안지 않도록 대출시 신용생명보험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현행법상 '불공정영업행위'에서 예외적으로 빼주자는 내용이 골자다.
서민금융 보호 차원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용생명보험상품을 권유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에 대해선 '불공정영업행위'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제20조의 2항을 신설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행위에서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예외로 두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안의 제도 개선을 주문했지만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규정을 개정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여야 간 협상 대상인 쟁점법안이 아닌 데다 정부도 뒷짐을 지고 있어 관련 법안이 발의돼도 심사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최 의원실의 우려다.
하지만 미성년자 자녀에게 빚의 대물림을 막고, 이들의 정상적인 사회 경제활동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민금융보호대책의 일환으로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여야가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 2021년 윤관석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는 "채무자 유가족의 '빚 대물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신용보험 권유행위를 부당권유행위에서 제외 가계의 빚 대물림으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려는 법안의 개정 취지가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은 '부당권유행위 금지'에 단서조항을 만들어 ▲신용 생명보호 등 대출 상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 효과가 있을 경우는 대출 계약 시 보장성 상품을 함께 권유하는 행위를 '부당권유행위'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삼도록 했다.
하지만 법안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을 뿐 소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최 의원이 발의준비중인) 법안은 서민금융 보호측면에서 취지가 좋은데도 해외에 사례가 있을 뿐 국내에는 신용 생명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거의 없어 정부도 관심이 없다"면서 "일단 논의 자체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가 의지를 다진다면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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