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교차로 인근 지하 토사 유출
시공사서 사고 듣고도 '늑장대응'
주변 지반 침하는 허용기준 內
천장·지하철 구간 등 보강 지시
토목학회 자문 받아 추가 대응
심성태 부산시 건설본부장이 2일 오전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현장에서 사고 경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미남교차로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향하는 대심도 터널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유출된 지 닷새 만에 부산시가 보강대책을 내놓았다.
토사가 유출된 터널 천장을 보강하는 강관을 두껍게 보강하는 한편 인근 도시철도 3호선과 공사현장 사이의 지반 변화에 대한 실시간 계측에 나섰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자정을 조금 넘긴 0시40분께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공사현장인 미남교차로 인근 지하 60m 지점 터널 공사현장에서 25t 덤프트럭 40여대 분량의 토사가 쏟아졌다.
당시 시공사는 토사 유출 약 4시간 전에 전조증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는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께 막장 우측부에서 간헐적으로 토석 흘림을 발견했고, 3시간 후인 오후 11시30분경 토석 흘림이 증가하면서 파단음 등 추가 전조증상이 발생하자 작업자 철수를 지시하고 주변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토사 유출은 50분 후쯤 시작돼 1분간 이어졌고, 해당 작업장은 완전히 봉쇄 조치됐다.
이번 토사 유출사고 원인으로 터널을 뚫기에 앞서 세밀한 지질조사 과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시공사는 사고가 나자 즉시 토사 유출부에 숏크리트를 타설하고 폐합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날이 밝은 후 부산시에 사고 사실을 알렸으나 부산시 현장실사는 뒤늦은 다음 날 오후 3시에야 이뤄진 점도 지적받고 있다.
인근 도시철도 3호선과 관련한 영향을 보기 위해 부산교통공사에 통보한 시점은 주말이 지난 2월 27일 오후 5시. 이후 28일 토목학회 현장자문와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열렸고, 지난 1일에야 행정부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부산시 브리핑에 따르면 토사 유출현장 주변 지반침하 정도는 지상구간의 경우 허용기준인 -25㎜에 한참 못 미치는 0.001㎜에서 0.003㎜ 수준이고, 지하철 노선구간 역시 허용기준인 ±7.0㎜보다 미세한 0.001㎜에서 0.007㎜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시는 공사현장 천장을 보강하는 강관을 기존 2단에서 3단으로 늘리고, 더 큰 구경의 강관을 쓰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내시경을 통해 공동 확인 시 경량 기포콘크리트로 즉시 보강하고, 지하철 구간과 공사현장 사이의 지반거동 계측을 위해 경사계 3개소와 침하계 3개소 등 장비를 설치해 이상징후 발견 때 추가 후속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보강계획은 토목학회 자문회의 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부산시 건설본부 책임자가 전문성을 갖고 사전에 이를 대비했는지 여부와 함께 공사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동서고속화도로㈜의 관리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은 북구 만덕동에서 해운대 재송동까지 총연장 9.62㎞를 지하 40m 이상 깊이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민간투자비 5885억원을 포함, 총 7832억원이 투입되는 공사로 지난 2019년 9월 착공해 오는 2024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