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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가능할까..울산시 정부에 건의 나서

울산지역 5개 구군 단체장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문제 지적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 필요
마구잡이 현수막에 지방정부가 대처할 법적 근거 모두 막아
"정당 활동 보장 그 이상 국민의 안전 확보할 권리 중요"
울산시 통해 행안부에 시행령 개정 건의안 전달키로

마구잡이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가능할까..울산시 정부에 건의 나서
울산시청 사거리 횡단보도 주변에 걸린 정당 플래카드, 우회전 차량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릴 수 있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울산지역 5개 구군 구청장과 군수가 분별한 정당현수막 난립 예방을 위해 행안부에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바로 옆에 붙은 플래카드(이하 현수막)는 차량의 시야를 가려 운전자가 보행자의 위치나 돌발행동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현수막을 철거했다가는 담당 공무원이 정치인에게 욕을 먹으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두는 거죠." - 울산시 옥외광고협회 관계자

울산지역 도로 주요 사거리에 무분별하게 내 걸린 정당·정치 현수막을 차단 또는 강제 철거하기 위해 울산시와 지역 5개 구군 기초단체장들이 팔을 걷어붙여 귀추가 주목된다.

■ 정당 현수막은 크기, 위치 상관없이 설치
지난 3일 김두겸 울산시장 주관으로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울산지역 4명의 구청장과 울주군수는 최근 들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차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정당 현수막 관련 시행령의 개정을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정당 현수막의 규격·수량·위치 등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아울러 도시 경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는 정당 현수막의 무분별한 난립을 함께 막아 보자는 취지였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은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광고물 등을 설치하는 경우 허가 신고 및 금지 제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정당 현수막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지방정부가 대처할 법적 근거를 모두 막아버린 조치였다.

마구잡이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가능할까..울산시 정부에 건의 나서
지난 3일 김두겸 울산시장 주관으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울산지역 구청장들과 울주군수가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하며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 문제에 대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 정치현수막 우선 게시대 설치.. 돈 든다며 외면
정당 현수막을 아무런 제재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떠올랐다.

울산지역 광고 업계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상품과 점포 광고 등을 위해 신고 없이 길거리에 홍보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강제철거에다 벌금까지 부과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치인과 정당을 위해 별도의 현수막 설치 공간까지 마련해 주었지만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곳에 마음껏 현수막을 걸 수 있다"라며 "현수막 하나에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다"라고 비판했다.

도시미관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울산지역 5개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정치 현수막 우선게시대는 현재 40곳에 총 87면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별도의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용을 꺼리면서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한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정치 현수막 우선게시대를 유료로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 현수막을 거는 지정 게시대와 비용 차이도 크지 않다"라면서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정당 활동 만큼 국민 안전도 권리 보장돼야
문제의 심각성은 풍수해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의 의무와도 상충한다는 점이다.

시행령이 정당 현수막의 설치만 보장하고 있을 뿐 안전사고 등의 우려에 대한 보완장치가 없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에 행안부는 만일의 경우 지자체가 해당 정당이나 업체 연락해 정비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행안부의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해당 정당이 정비 또는 철거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결국 한계만 더 확인한 꼴이다.

이에 울산지역 구청장·군수들은 “정당 활동의 보장 그 이상으로 국민의 안전과 쾌적한 도시환경을 누릴 권리 또한 중요하다”라며 관련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보행자 보호와 교통사고의 방지를 위해서는 고하를 막론하고 사거리 등 교통요충지 가로변에는 현수막 설치를 금지하는 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시는 이날 제시된 공동 건의 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도심지 곳곳에 무분별하게 걸린 정당 현수막으로 인해 운전자들과 등하굣길 아이들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구청장·군수님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라며 “도시미관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