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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불법· 부조리 만연한 노동 현장, 법치 확립 시급하다

[fn사설]불법· 부조리 만연한 노동 현장, 법치 확립 시급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불합리한 노동관행 법제도개선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운영하는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쏟아진 노조 불법 행태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말부터 한 달간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받은 사건은 301건이다. 이에 따르면 회계 감사 결과에 이의를 신청한 노조 간부는 노조위원장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이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한다.

신고가 접수된 일부 노조위원장의 제왕적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10년째 재임 중인 노조위원장이 인사청탁 명목으로 상품권, 현금을 주기적으로 수령한 경우도 신고됐다. 또 다른 위원장은 조합비 5억 원의 상세한 사용 내역을 따져 묻는 조합원을 제명 처리했다. 조합비 계좌가 노조위원장 개인 명의 통장인 사례도 있었다. 이른바 '귀족 노조'의 부조리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지만 파렴치한 사례들은 저절로 혀를 차게 만든다.

노조 간부의 폭행, 협박, 금품 갈취 신고도 수두룩했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지는가 하면, 행정기관에 노조 부당 행위를 자주 민원 제기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폭행한 간부도 있었다. 회계 관련 장부나 서류를 비치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는 신고도 빗발쳤다. 사업장과 무관한 상급단체의 파업과 집회 강제 동원도 비일비재했다. 따르지 않을 경우 조합에서 제명해 일을 할 수 없게 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무법 천지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최근엔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간부가 산하 노조였던 건설노조로부터 수억원 대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터졌다. 10억원 대 횡령 등 사건으로 노총에서 제명된 건설노조가 이를 무마하려고 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돈을 주고받은 추악한 뒷거래는 충격적이다. 수사를 통해 정확한 경위를 밝혀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노조의 존재 이유는 노조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데 있다. 다른 어떤 대의보다 우선이어야 한다. 기득권 노조들은 본질은 외면하고 불법, 부당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그러면서 정부의 회계장부 제출 요구를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평일날 도심 거리를 장악해 시위를 벌이니 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최근 MZ 노조가 새로운 노조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것도 썩어빠진 노조의 실상을 알기 때문이다.

노동 현장에도 법의 기강을 세워야 한다. 노조가 치외법권 지대가 아님은 물론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노조의 부당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노사 법치주의는 많은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권고했고 이미 선진국에선 정착돼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법제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노동개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귀족 노조들도 이제는 개혁에 순응해 비민주적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