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주류 판매점이나 주점 업주 몰래 주류를 구매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 경우 판매자는 처벌 받지만 미성년자는 처벌 받지 않아 미성년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2021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한해 동안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해 단속된 5116건 가운데 3381건(66.1%)이 주류 판매였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호프집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직원 A씨(41)는 지난 겨울에만 몰래 술을 주문하려던 미성년자 일행을 6번이나 쫓아냈다. A씨는 "딱 봤을 때 너무 어려 보이는 손님들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없다고 하더라"라며 "6번 정도면 정말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류를 주문한 청소년이 직접 업소를 신고하거나 무전취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술을 주문한 뒤 무전 취식하고 달아난 미성년자에 대한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한 국밥집에서 남자 2명이 술을 먹다가 '저희는 미성년자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그대로 도주했다. 게시글 작성자는 "미성년자한테 술 팔았다고 신고 못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도망가 버린 것 같다"며 "(식당 직원이) 미성년자면 가게 문 닫는 것이 뻔하고, 자기도 사장님한테 혼난다며 신고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주류를 주문한 미성년자에게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주에게는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이 적용된다. 식품위생법 제75조에 따르면 미성년자 주류 판매 시 영업허가 또는 등록이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로 영업이 정지될 수 있다. 다만,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될 때는 면책한다.
한편, 청소년보호법 59조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서는 면책 조항이 따로 없어 경찰이 불송치 처분을 내리지 않는 한 업주에겐 불리하다. 반면,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모두 주류를 구매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