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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울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소송·해고 ‘2차 가해’까지

직장인 울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소송·해고 ‘2차 가해’까지
서울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아들 학폭’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 등으로 인해 학교폭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직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괴롭힘이 일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은 가해자들로부터 심각한 2차 가해 또한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작년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3명 가까이(28%)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중복 포함) ‘모욕·명예훼손’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5.6%, ‘폭행·폭언’을 경험한 사람은 9.4%로 나타났다. ‘부당지시’(16.5%), ‘업무 외 강요’(11.2%), ‘따돌림·차별’(10.6%) 등도 있었다.

특히 올해 1~2월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175건 중 피해자가 회사 또는 노동청에 신고한 건수는 67건이었다. 이 중 36건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 즉 보복갑질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가 회사나 상사로부터 소송 등 보복성 갑질을 당한 것이다. 공개된 사례를 보면 육아휴직을 거부당한 A씨는 회사를 신고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왔고, 그러자 상사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A씨를 고소하기도 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어렵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회사는 여러 징계사유를 나열하며 해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상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겁박해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고 다른 직원의 신고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로 형사상 모욕, 명예훼손, 무고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인데 심지어 신고한 직원의 과거 업무 실수를 끄집어내 업무방해나 재물손괴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그러면서 “법 지식이 없는 노동자가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으면 겁에 질려 협박에 넘어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직장갑질119는 또 소송은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 최소 6개월에서 2~3년 동안 법원을 가야 한다”며 “소송에 시달린 사람은 제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소속 정기호 변호사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소송 갑질을 규제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