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무한경쟁 시대다. 특히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아 이 말이 꼭 들어맞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유통업계는 변하는 수준을 넘어 상전벽해다.
지금으로부터 꼭 13년 전. 유통산업발전법은 전문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 등 규제를 뒀다. 이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규모 점포, 즉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반발도 있기는 했지만 당시 경제민주화라는 화두 속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용, 시행됐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대형마트의 출점제한, 영업일수 축소 등으로 대형마트의 성장은 정체되거나 퇴보했다. 문제는 전통시장 육성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양쪽의 발목만 잡으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설 자리를 잃었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한 쿠팡은 '만년적자'라는 설움에서 벗어나 지난해 연 26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로만 보면 마트·백화점·편의점·이커머스 등 9개 유통 사업부문을 거느린 이마트·신세계(30조4602억원)에 이은 2위다. 쿠팡의 성장 속에 '이마로쿠(이마트·롯데·쿠팡)'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쿠팡의 성장 속에 이커머스 플랫폼에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커지고 있다. 사실 이커머스의 성장은 시장의 변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등 시대적 흐름이다. 대형마트의 성장 정체 역시도 온라인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단순히 대규모 점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시장이 커졌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으로 두는 것은 부당하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선 안된다. 유통산업발전법 본래 목적인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시대적 흐름에 맞게 살려야 한다.
kjw@fnnews.com 강재웅 중기생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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