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마중물, 노동개혁 <중>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속도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한달만에 301건 불법행위 접수
회계 서류 보존기간 확대 등 정부, 이달 노조법 개정 추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및 건설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건설단체 공동성명 및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의 회계감사 결과에 이의를 신청하자 오히려 내가 간부 직위에서 해임됐다. 함께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들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했다. 노조를 탈퇴한 지금도 민형사 책임을 물어 회사에서 해고되도록 만들겠다고 협박당하고 있다."
"우리와 무관한 상급단체의 파업과 집회에 강제 동원됐다. 참석하지 않으면 조합원에서 제명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한다. 근무를 하루만 빠져도 생계에 지장이 있는데 올해 줄줄이 집회가 예정돼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가 노조의 부조리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이고 (산업현장의)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정부의 대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회계 공시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실제 위와 같은 사례가 신고됐기 때문이다.
■노조비 사용처 알 곳 없어
6일 고용부에 따르면 온라인 부조리 신고센터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노사문화를 저해하는 노사의 불법·부당행위 전반에 대해 근로자나 조합원이 불이익 우려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26일에 개설했다. 한달여 만에 총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집단노사관계 관련 접수는 총 51건이다. 횡령 등 노조 재정 부정 사용, 조합원 폭행·협박·괴롭힘, 노조 가입·탈퇴 방해, 회계감사 미실시·감사결과 미공개, 노조 회계자료 미비치·미공개, 조합비 부당집행,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노조 회계 투명성과 현장 불법·부당행위와 관련해 규약 등을 이유로 노조 지회의 탈퇴를 방해하거나 조합원 등에게 협박 등을 행사해 집회 참석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조합비 횡령·부당집행 및 회계 비리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을 제명하거나 노조 임원의 판공비 지출 증빙자료 등을 미비치한 사례 등 다양한 사건이 신고됐다.
■선진국도 노조 회계 통제
정부는 영국, 일본 등 해외 입법례를 고려해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회계 관련 직업적 관련성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는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공인회계사로 요구하는 방안 등 노조의 민주적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사정보 보고·공개법에 따라 노조는 고용부 장관에게 연차회계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다. 제출한 보고서는 대외 공개되며 열람·사본 제공이 가능하다. 보고서에는 총액 1만달러 이상을 수령한 조합 임원과 노조 피용자에게 지급된 봉급 및 기타 지불금, 임원·피용자 또는 조합원에 대한 250달러 이상의 직간접 대부금 등이 담긴다. 또 노조 임원·근로자는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 가능한 재산목록에 관한 정보를, 사용자의 경우 노조에 대한 급부를 고용부 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고용부 장관은 방문·기록조사 및 질문 권한 등 법 위반 관련 조사권을 갖는다. 노조는 조합원에게 연차회계보고서 및 보고서 확인에 필요한 회계장부, 기록, 계좌의 열람 허용 의무가 있다.
영국은 노조 및 노동관계(통합)법에 따라 노조가 매년 인준관에게 연차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현금흐름표, 공인회계사가 작성한 감사보고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인준관은 회계서류 등 제출 요구 및 재무 조사 권한이 있다. 조합원은 조합의 회계에 대해 설명 요구 권한, 과거·현재의 회계정보에 대한 접근조사 권한을 갖는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회계감사는 회사법상 기업의 회계감사로 임명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 중에서 임명한다. 노조 간부, 노조 피고용인 및 이들의 동업자 등 이해관계자는 회계감사로서 활동이 불가하다.
고용부는 조합원의 정보요구권 강화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 조합원 열람권을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까지로 명문화하고 위반 시 제재규정을 마련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해외 입법례를 고려해 회계 관련 서류 보존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의 경우 5년 이상, 영국은 6년간 회계 서류를 보존하고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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