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해법 계기로 경제관계 개선
우리측 제3자 변제 지원안 확정
尹대통령 "한일관계 위한 결단"
기시다 "역대 내각 역사인식 계승"
교도통신 "尹대통령 16∼17일 방일"
바이든도 환영 "동맹간 신기원"
정부가 6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제3자 배상을 골자로 한 중재 해법을 내놓자 한일 정부가 수출규제 해제 논의에 착수하는 등 냉랭했던 경제·안보 분야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일본을 안보와 경제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규정했다. 맨 아래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날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와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서울·도쿄=서영준 이유범 기자 김경민 특파원】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확정하면서 그동안 수출규제 등으로 냉랭했던 한일 간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 관계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한일 양국 간 수출규제 상황도 정상궤도였던 지난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문제에 해결의 물꼬가 트이면서 이와 연동돼 경제분야에서도 협력교류가 재개되는 모양새다.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일본은 한일 관계가 건전한 관계로 회복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앞으로도 과거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역시 한일 관계의 신기원적인 새 장이라고 평가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갖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외교적 난제에 해결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잡히면서 수출규제 등으로 꽉 막혔던 경제분야 교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이 2019년 7월 단행한 수출규제를 풀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분쟁 해결절차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은 조만간 수출관리정책대화를 개최할 계획이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은 이날 "정부가 한일 양국 간 수출규제 상황을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양자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한국 정부는 관련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WTO 분쟁 해결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일본이 곧바로 화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 출석 중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밝혔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역사인식에 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앞으로도 적절하게 표현하고 발신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강제징용을 포함한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도 환영의 입장을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 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신기원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대해 피해자와 유족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최종 협의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강제징용 피해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동냥해서 (주는 것처럼 하는 배상금은) 안 받으련다"고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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