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우리은행장(사진)이 임기를 10개월가량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조직혁신에 나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의 본격 취임에 앞서 용퇴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이날 예정된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앞두고 임 내정자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였으나 임 내정자 체제 출범에 앞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복수의 우리금융 관계자들은 "이 행장이 임 내정자의 경영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유임 여부는 이번 우리금융 자추위의 최고 화두였다. 지배구조 이슈로 손태승 현 회장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후임인 임 내정자가 과감한 '조직혁신'에 주안점을 둔 만큼 이 행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의 손 회장 측근이라는 점과 DLF·라임펀드 사태, 대규모 횡령사고 등 각종 금융사고로 3연임을 저지당한 손 회장의 임기 중에 은행장으로 선임됐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다만 조직안정화 차원에서라도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분석도 팽팽했다. 이 행장을 교체할 경우 내부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은행장을 교체하는 것이 관치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이 행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임종룡표 조직혁신은 탄력을 받게 됐다.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비중의 80%가량이 우리은행일 만큼 전체 계열사 CEO 중 우리은행장이 가지는 상징성은 독보적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기록한 당기순이익 3조4813억원 중 2조9198억원이 우리은행 몫이었다.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수석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취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후 신임 회장 최종후보군 4명에 포함돼 임 내정자와 경쟁하기도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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