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지식백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 어느 한쪽에 유리한 제도나 질서가 있을 때 상대방은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쪽에서 공을 차는 것처럼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다.'
자본시장의 투자자 사이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기저기에 엄연히 존재한다.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지적되는 공매도가 그렇고, 투자자 간의 '정보 비대칭'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예로 공매도 담보비율은 개인투자자가 120%, 기관과 외국인은 105%다. 같은 증거금을 들고 있을 때 담보비율이 높으면 빌릴 수 있는 주식자금이 더 적다. 주식 가치가 낮아졌을 때 반대매매 처분 위험성은 더 커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계속되자 그나마 당국이 지난해 11월 개인의 담보비율을 140%에서 낮춘 것이다. 주식을 빌리기조차 힘든 개인투자자에겐 가혹하게 느껴진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7일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을 합쳐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5253억원, 기관은 2766억원으로 개인(125억원)을 압도했다. 공매도가 '외국인의 놀이터'로 불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을 고려할 때 완전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도 문제다. 선행매매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선행매매는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주식 및 펀드 거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 사전에 개인적으로 매매하는 행위다.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대략 기억하는 것만 해도 2013년, 2015년, 2016년,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있었다. '연례 행사'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올해도 그냥 넘어갈 순 없었나 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달 말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의혹과 관련, 한 증권사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케미칼의 대규모 수주정보를 공시 전 입수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면 할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국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맞는 것 같다.
" 10년 넘게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의 말이다.
우리 자본시장의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완전히 평평한, 공정한 질서가 바로 서있는 운동장을 기대하기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울기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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