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인도 뉴델리 쓰레기 매립지 '가시푸르'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지 소방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인도의 한 '쓰레기 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량의 유독가스가 방출돼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이 떨어졌다. 불길은 잡혔지만 현장에 배치된 일부 소방대원들이 독성 연기로 인해 기절할 만큼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인도 케랄라주 소방당국은 지난 2일 남부 항구도시 코친의 ‘브라마프람 쓰레기 매립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쓰레기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연성 가스에 의해 발화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불은 대부분 진압됐지만 짙은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가 해당 지역을 뿌옇게 뒤덮었다. 이로 인해 대기질이 저하되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퍼지고 있다.
인도 소방당국은 주민 60만명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외출하는 경우 N95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6일부터 관내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소방당국은 진화 과정에서 일부 소방대원들이 연기 때문에 기절했다고 전했다. 케랄라주 대법원은 오는 14일 화재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국제도시협력 프로그램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마프람 매립지 면적은 6만 5000㎡ 정도로 하루 평균 약 1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인다.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비율은 약 1%에 불과해 매립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지난 몇 년간 이곳(브라마프람)에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해 공기와 환경을 오염시켰다”라고 지적했다.
인도에는 브라마프람 외에도 3000여개의 쓰레기산이 곳곳에 분포돼 있다. 그중 인도 최대 쓰레기산인 ‘뭄바이 데어너 매립지’도 빈번한 화재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수도 뉴델리 ‘가지푸르 매립지’에서도 불이 나 진압에만 수일이 소요됐다.
상황이 이렇자 인도 정부는 쓰레기 매립지를 녹지로 전환하는 '클린 인디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과 퇴비 공장 설치를 늘리는 등 폐기물 관리 개선 방안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메탄 서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메탄의 74%가 농업 부문에서 배출되는데 메탄 서약에 가입할 경우 농업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CNN은 전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