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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소아응급 위기 특단대책 필요하다

[특별기고] 소아응급 위기 특단대책 필요하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여파는 3년 전 잔잔한 물결처럼 일기 시작해 올해 들어 엄청난 파고로 소아응급실을 덮치고 있다. 소아과에 대한 인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하향 곡선을 타고 있었다. 이런 흐름이 완만하게 진행되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단 1년 동안에 산사태처럼 덮쳐 소아응급진료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동안 소아응급의료체계가 어떻게 유지되었을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의료진의 수고와 헌신으로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대학병원이 많았다. 그간 취약한 구조를 지탱해 온 상황에서 코로나19로 10여년에 걸쳐 일어날 일들이 1년 내 다 벌어진 것이다. 이미 출생율 저하라는 국가적 위기와 더불어 소아과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갖가지 자료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소아응급의료의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3개의 소아전문응급센터가 있지만, 사실 겨우 버티는 실정이다. 특히 야간에는 몰려드는 소아응급환자를 정신없이 진료하고 있지만, 1~2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있다. 또한 서울 못지않은 첨단의료를 갖춘 지방 대학병원의 환자들이 서울로 오기 시작했다. 하루에 여러 명이 오기도 한다. 지금 지방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면, 내일은 서울이 이런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도 기존 소아의료체계를 유지만 한다면 업무 강도에 지친 의료진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이다.

소아의료체계가 잘 구축됐다는 미국도 처음부터 잘 갖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1980년대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소아응급의료체계(EMSC·Emergency Medical Service for Children)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대학병원으로만 모든 소아환자에게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고 인력도 부족했으며, 지역 간 연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EMSC 프로그램은 이제는 임상 영역뿐 아니라 교육, 연구, 예산지원, 통계 영역에서 통합적으로 소아응급의료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EMSC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시급한 예산 지원과 한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아응급의료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할 것이다. 범국가 차원에서 수가나 정원조정을 결정해 시행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소아진료 현장은 지금도 긴급한 상황이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소아응급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 발표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현장에 있는 의료진으로서 서울시 정책이 가뭄을 완전히 해결하진 못해도 아픈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단비 같은, 지금 해줄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 차원에서 민관 비상협의체도 운영한다고 하니, 장기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문규 세브란스병원 소아전문응급진료센터장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