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42%에서 태업 발생
정부 "태업 기사도 면허정지"
경찰이 건설 폭력 등 조직폭력에 대해 단속의 칼을 빼 들었다. 사진은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경찰이 서민과 경제질서를 위협하는 조직폭력 범죄를 4개월 동안 특별단속한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공사업체를 갈취하고 채용을 강요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는 건설현장 조폭들을 중점 단속하겠다고 한다.
경찰이 최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단속 결과를 보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경찰은 지난 석 달 동안 총 581건 2863명을 단속해 29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조폭 단속은 그 후속조치인 셈이다. 전임비, 월례비 등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사례가 2153명(75.2%)으로 가장 많았고 현장 출입방해, 작업 거부 등이 302명(10.5%)으로 뒤를 이었다.
노조원이 같은 노조원을 괴롭히는 노동현장의 비리는 거대 노총들의 비호 속에 마치 치외법권 지역처럼 단속의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전체 단속인원의 77%가량이 양대 노총 소속인 것만 봐도 노조단체들이 겉으로는 노조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한다고 하면서 안으로는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도박 등도 엄단해야 하지만 차제에 조폭까지 끼어든 건설현장의 폭력은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해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타워크레인 기사(조종사)들의 불법행위는 매우 중대한 범죄다. 타워크레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사 자체가 진행될 수 없음을 이용하는 악질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일한 대가와는 별도로 다달이 월례비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것은 폭력배들이 유흥업소를 갈취하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타워크레인 1대당 (월례비를) 월 400만~500만원 정도 갈취당하고 있다"는 피해업체의 호소도 있다.
정부가 '건폭' 단속을 강화하자 민노총 소속 조종사들은 초과근무·위험작업 거부와 함께 태업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운전 속도가 늦어지면서 전국 건설현장에서 공사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시공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은 뻔하다. 이런 태업행위도 월례비 요구와 마찬가지로 엄벌해야 마땅하다.
국토교통부도 조종사들의 태업행위도 면허정지 대상으로 삼고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건설현장의 42%(146개)에서 공사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한다. 조종사들의 태업이 이미 만연해진 상태인 것이다. 정부는 고의로 타워크레인을 저속운행하는 경우 등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불성실 업무 유형을 15개로 세분화해 제시했다.
정부의 건폭에 대한 대응과 단속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건설현장의 불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여야 한다. 절차를 지키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이는 정당한 노조 활동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을 어기는 행위는 누구라도 엄히 처벌하는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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