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인회계사 전업·비전업 비율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업, 사모펀드, 공공기관 등으로 떠났던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으로 돌아오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 2018년 시행된 신 외부감사법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감사 업무가 늘며 공인회계사 수요가 증가했고, 자연히 급여 등을 포함한 복지 수준 역시 향상됐다. 또 감사 독립성이 확보됨으로써 보장된 직업적 자부심도 한몫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외감법 시행 이후 회계사 수요 늘어
14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3월초 기준 비전업 회계사 비율은 34.78%로 집계됐다. 전체 회원 2만5018명 중 8701명이 개업이나 휴업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2018년 38.62%였던 해당 수치는 지난해 말 35%대까지 떨어졌고, 올해 들어 34% 선까지 밀렸다. 반대로 전업 비율은 같은 기간 61%대에서 65%대까지 올라갔다.
비전업 중에선 본인이 회계사무소를 차리는 개업보다 휴업 비율이 빠르게 떨어졌다. 전자는 2018년 2.89%에서 지난 3월초 2.24%로 소폭 하락한 반면 후자는 이때 35.73%에서 32.54%까지 하강했다. 회계법인 외 조직에서 근무하는 회계사들 비중이 줄어들었단 뜻이다.
과거 고연봉 등 이유로 각광받았던 사모펀드나 기업 등의 근무 매력이 떨어진 영향이다. 사모펀드는 본인 자리를 넘어 조직 자체가 위험성이 높다. 늘 당국 감시를 받을뿐더러, 자칫 환매중단 등 문제가 불거질 경우 뒷감당이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무너지면 운용역이 아님에도 고용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역시 회계사들 인기를 끌었던 금융공기업에서보단 몸값을 높게 책정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자부심’보단 ‘급여’가 중요해진 분위기다. 금융 분야가 아니더라도 대개 공공기관에선 전문직들이 무기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는 만큼 장기근속에 목맬 동기도 떨어진다.
정치권에서 부는 바람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회의도 있다. KDB산업은행처럼 ‘부산 이전’ 등 기관 외부 문제에 시달려야 하고, 금융감독원 같이 인력 부족 문제에 허덕이면서도 과거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모습을 보면서 애써 몸담을 이유가 희미해졌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실제 이들 기관에서 회계사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감사 독립성 확보로 직업 만족도 향상
하지만 무엇보다 신 외감법 시행이 회계사들을 회계법인으로 돌아오게 한 주 원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표준감사시간, 주기적 지정 감사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이 도입되면서 감사 업무가 대폭 증가했고, 회계사들을 ‘모셔야’ 하는 회계법인에서 제시하는 연봉 수준도 덩달아 뛰었다.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대형 회계법인에서조차 유치 경쟁이 치열해 급여뿐 아니라 복지 혜택도 앞 다퉈 내걸고 있다. 스마트오피스 운용, 복장 자율화, 통신비 지원, 리프레시 휴가 지원, 복지비 지급, 어학 학원비 제공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신입회계사가 뽑히는 족족 ‘빅4’에서 데려가는 통에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보다 매력적인 임금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감사 독립성’이 보장됐다는 점도 복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 외감법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자유선임 6년, 지정 선임 3년)’ 실시로 피외감 대상인 기업과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감사에만 신경 쓰면 되는 업무 환경이 조성된 덕에 본업에만 충실하면 된다.
한 중소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사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는 상황인 만큼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으로 돌아올 유인이 커졌다”며 “물론 감사 리스크는 증대됐으나, 그만큼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보다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