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급작스러운 파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 과점체제 해소' 행보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한 SVB가 붕괴되면서 챌린저뱅크(소규모 특화은행)의 부실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금융당국이 고려할 수 있는 은행 과점체제 해소방안은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뿐이라는 전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화銀 도입 논의에 'SVB 뿌리기'?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VB 파산, 시그니처은행 폐쇄 등으로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 촉진방안 논의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방안 중 한 가지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좋은 선례로 참고됐던 SVB가 초고속 파산하고, 이어 또 다른 미국 은행인 시그니처은행마저 문을 닫으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특화은행은 은행이 수행하는 업무범위 중 한 가지에 집중하는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국내 은행권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소재 전문은행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특화은행 도입과 관련해 실효성 문제는 누누이 제기돼 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특화은행이 시중은행만큼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전문성마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SVB 등 부실로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셈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지방 특화은행 논의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SVB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SVB의 경우 여신뿐 아니라 수신도 벤처기업에 집중해 운영했기 때문에 대규모 '뱅크런'이 촉발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 업권, 전 지역에 걸쳐 수신을 받는다면 이 같은 뱅크런 위험은 현저히 낮다는 게 현재 정치권 판단이다.
■남은 카드는 인터넷전문은행
이번 SVB 사태로 챌린저뱅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카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거론된 은행 과점체제 해소방안으로 △챌린저뱅크 △스몰라이선스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이 중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업계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축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은 일반은행과 지방은행 지분을 각 4%, 15% 넘게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되면 사주의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카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에서도 이 방안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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