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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딜레마… 인상땐 물가 자극, 동결땐 한전 자본잠식

2분기 인상 여부 21일께 발표
한전, 연료비조정단가 16일 제출
1분기와 비슷한 수준 인상폭 요구

전기요금 딜레마… 인상땐 물가 자극, 동결땐 한전 자본잠식
이달 중 발표할 2·4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지만,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반기 공공요금은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요금동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4분기 요금이 동결될 경우 올해 하반기 총선정국과 맞물려 추가 동결 가능성이 생기면서 한전의 누적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 인상안… 16일 산업부 제출

13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2·4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위한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오는 16일 산업부에 제출할 전망이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 발표하는 시점은 21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산업부와 한전은 1·4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3.1원(전력량요금 11.4원, 기후환경요금 1.7원) 인상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최대 인상폭(9.5%)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1·4분기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이 각각 ㎾h당 11.4원, 1.7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4인가구(평균 월 사용량 307㎾h)는 앞으로 월 4022원(부가세·전력기반기금 미포함) 올랐다.

한전 측이 요구할 2·4분기 인상안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폭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재무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었다.

전기요금은 연간 네 차례에 걸쳐 조정하는데, 정부는 1·4분기에 ㎾h당 13.1원 올렸다. 나머지 3회의 요금조정에서도 비슷한 폭의 인상이 이뤄져야 목표액(51.6원) 달성이 가능한 만큼 한전에서 제시할 인상폭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셈이다.

정부는 ㎾h당 13.1원 전기요금 인상 당시 한전의 재무개선 효과를 7조원 남짓으로 봤다. 지난해 한전의 순손실 25조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치면 향후 전기요금 동결 시 18조원의 추가 손실이 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요금 동결 시 한전 자본잠식

정부는 에너지공기업들의 심각한 재정난에도 나라곳간에서 직접 지원할 일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취임 이후 '에너지요금의 정상화'라고 표현하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물가인상 압력으로 인해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면서 2·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할 수 있다는 기조도 감지되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9일 기자들을 만나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국제 에너지 가격 및 해당 공기업의 재무상황,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며 "최근 난방비 우려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부담요인을 정말 깊이 있게 고민하고 요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만약 2·4분기 전기요금 동결 시 한전은 자본잠식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월까지 시행돼온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는 이달 종료되면서 민간발전사들로부터 사들여 올 전기비용이 다시 껑충 뛰게 생겼다. 4월에 SMP상한제를 다시 시행하더라도 민간발전사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상황도 고심거리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내년 4월 10일이지만 총선정국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앞선 정부들이 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정치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발되면 하반기 전기요금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