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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뇌전증에 우울증 조작… 병역비리 137명 재판행

검찰·병무청 3개월간 합동수사
연예인·프로운동선수 등 적발
변호사·한의사·공무원 등 가담

허위 뇌전증 병역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병무청과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3개월만에 연예인·프로운동선수 등 병역면탈자 등 총 137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 종합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브로커 구모씨(47)와 김모씨(38), 병역면탈자 109명, 공무원 5명, 공범 21명 등 총 13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중 브로커 구씨와 김씨,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와 그의 출근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공무원 등 7명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조재성·라비 등 면탈 의뢰인 재판행

수사팀은 허위 뇌전증 병역면탈 관련 브로커 구씨와 김씨, 프로배구선수 조재성과 배우 송덕호 등 면탈 의뢰자 108명, 공범 20명 등 총 130명을 기소했다. 공범 중에는 전 대형로펌 변호사, 한의사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허위 뇌전증 증상을 꾸며 의료기관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구씨와 김씨는 의뢰인들로부터 각각 300만~1억1000만원를 받고 맞춤형 병역면탈 시나리오를 만들어 병역 면탈 범행을 주도했다. 검찰은 이들이 편취한 범죄수익 약 16억원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추징보전했다. 구씨는 지난해 12월, 김씨는 올해 1월 기소돼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 등 면탈자 49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또 지난 2일에는 범행을 적극 부인하는 면탈자 2명을 추가 구속기소 했다.

■'병무비리' 나플라 등 구속기소

검찰은 조직적 병무비리와 관련해 검찰은 래퍼 나플라,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 A씨, 서울지방병무청 복무담당관 B씨를 구속기소했다. 다른 공무원 3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래퍼 나플라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나플라는 브로커 구씨에게 2500만원을 건네고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조작하고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 받아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했다.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141일동안 정상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소집해제 등 절차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검찰은 이들의 금품 수수 정황은 없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나플라의 의무복무 기간은 1년 9개월인데 정신 질환을 이유로 수차례 복무 중단을 했다"며 "공무원들이 (나플라의) 구체적 정황을 모르고 속은 것으로 보이지만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출근부를 조작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특정 요원의 병역 면탈을 하게 한 행위 자체가 엄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비와 나플라가 속한 '그루블린'의 공동대표 D씨도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병무청은 △병역판정검사 정밀화 △병역면탈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 △특사경 직무범위 확대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실제 뇌전증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의료계 자문을 적극 수렴하고, 혈액 약물농도검사 등을 추가해 적극적 치료 이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