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전한가
예대마진 통한 안정적 수익 구조
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 20% 미만
‘시장 불안심리’가 약한 고리 시작
금리 상승·투심 위축 리스크 우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국내 은행들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SVB와 달리 수신 대비 여신 비율(여수신 비율)이 높은 데다 전체 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미만인 만큼 금리인상기에도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SVB 파산 사례에서처럼 은행들에 대한 불안심리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을 촉발하는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은행…여수신 비율 높고 투자비중 낮아
14일 신용평가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에서 SVB 사태와 같은 은행의 대규모 손실과 이에 따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국내 주요 은행의 총여신(은행 계정)을 총수신으로 나눈 여수신 비율은 모두 90% 이상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3·4분기 기준 수신 규모는 367조959억원, 여신은 365조1070억원으로 여수신 비율은 99.5%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수신 규모는 총 335조8759억원, 여신은 322조808억원으로 여수신 비율은 95.9%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96.3%(수신 312조753억원, 여신 300조6712억원), NH농협은행 92%(수신 314조9110억원, 여신 289조8151억원), 하나은행 91.6%(수신 346조2944억원, 여신 317조2952억원) 등이다.
수신이 늘어난 만큼 대출 등을 통해 돈을 굴리고 있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격차)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주식과 채권 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유가증권 투자 비중도 높지 않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총자산(은행 계정)은 465조3937억원, 보유 유가증권은 86조8317억원으로 유가증권 비중은 18.7%에 그쳤다.
NH농협은행은 총자산 400조1072억원 중 유가증권은 71조2176억원으로 17.8%였다.
KB국민은행은 16.2%(총자산 517조5632억원, 유가증권 84조580억원), 하나은행 16%(총자산 490조2003억원, 유가증권 78조5580억원), 우리은행 15.9%(총자산 440조9864억원, 유가증권 69조9812억원)였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유가증권에 투자한 SVB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보유 중인 유가증권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손실이 은행 전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까지 각 은행의 유가증권 손익(누적)은 KB국민 -5686억원, 우리 -2100억원, 하나 -1805억원, NH농협 1691억원, 신한 1688억원 등에 그쳤다.
■안심은 일러…'불안심리' 약한 고리
아직까진 SVB 사태가 국내로 번질 가능성은 낮지만 무조건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대형은행을 포함해 금융권 전반으로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번질 경우 국내 금융권도 영향권에 들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6397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 하락(전일 대비 2.56% 하락)을 주도했다.
송기종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SVB가 전체 은행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금융시장이 이번 사태에 주목하는 이유는 금리상승이 은행 및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 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에서 금융시장은 일단 유사한 은행을 찾아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불안심리가 금융권의 위기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SVB의 경우 보유하던 국채가 디폴트 나지 않았다. 문제는 뱅크런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시장에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뱅크런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때가 바로 약한 고리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은행권 연체율 상승 문제에 대해서도 예상범위 내에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신한은행 제외)의 기업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5%에서 올해 1월 0.10%로 상승했다.
강 연구원은 "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상승 속도가 예상범위 내에 머물고 있다"며 "은행들도 2023년 가이던스에서 연체율 상승을 감안해서 크레딧 비용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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