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여주인공 미셸 여(양자경, 61)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과 관련한 13일 방송 3사 보도. (왼쪽부터) SBS, KBS, SBS 방송장면
[파이낸셜뉴스] SBS가 배우 양자경(양쯔충)의 수상 소감에서 ‘여성들’이라는 표현을 삭제한채 보도했다가 시청자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양자경은 여성을 향해 “포기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SBS가 이 내용을 전하면서 가장 중요한 ‘여성’을 빼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됐다.
양자경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배우 최초다.
수상소감으로 양자경은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해라. 그리고 여성 여러분, 그 누구도 여러분의 황금기가 지났다고 말하도록 두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SBS가 지난 13일 보도한 ‘배우 양쯔충, ‘95년 만에 최초’ 아시아계 여우주연상’ 기사에는 여성에 관한 미셸 여의 언급이 아예 빠져 있었다. SBS는 “여성 여러분”(And ladies)을 외치는 양자경의 음성을 편집하고 자막에도 담지 않았다. 양자경의 수상소감은 그렇게 잘려나갔다.
SBS 보도를 보면 양자경은 “저의 수상은 희망과 가능성의 증거입니다. 다른 이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반면 KBS와 MBC는 양자경이 여성을 언급한 부분을 빼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시청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S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SBS는 항상 이런 식이다” “왜 굳이 ‘여성’을 빼나” “왜곡 보도 사과하라”며 비판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순식간에 수백개의 항의글이 게시됐다.
거센 항의에 SBS 뉴스 유튜브 채널에는 해당 리포트가 포함된 전날 방송 영상이 비공개 처리했다가 문제가 된 “그리고 여성 여러분”을 살린 영상을 새로 올렸다.
양자경은 뉴욕타임스을 통해서도 “내 경험이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영웅들의 경험과는 전혀 비교가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기쁨의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경이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여성 문제로 돌려달라고 당부한 점을 고려하면, SBS의 이번 자막 편집은 수상자가 수상소감에서 전하고 싶었던 의도에도 크게 벗어난다는 평가다.
SBS측은 “의도를 갖고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And ladies’라는 말이 갖는 함의가 있기에 디지털 콘텐츠를 모두 수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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