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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위해 협치" 한목소리 냈지만… 여야 수장 속내는 복잡

김기현 대표, 이재명 대표 만나
"민주당 K칩스법 합의 결단 감사.. 쟁점 덜한 법안부터 처리하자"
한일관계 등 민감한 이슈는 피해
金, 李 제안 공동기구에도 유보적

"민생 위해 협치" 한목소리 냈지만… 여야 수장 속내는 복잡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15일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민생을 위한 여야 협치에 공감대를 나눴다. 김 대표는 특히 여야 간 이견이 적은 민생 법안부터 처리하자며 협치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지를 보였고 이 대표도 이에 호응했다. 주요 쟁점법안을 비롯해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놓고 장기간 대치하면서 급랭됐던 정국에 모처럼 훈풍이 불 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야하는 여당 대표와, 자신의 사법리스크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야당 대표간 이해 관계가 민생이라는 키워드로 모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제안한 여야 공동 기구나, 김 대표가 제안한 정례 회동이 실제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임차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를 향해 "'민생 해결을 위해 '잘하기 경쟁'을 하자'는 (이 대표) 말에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간 비상체제여서 여야 대표 간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는데 이제 정상 체제를 복구했기 때문에 자주 찾아 뵙겠다"며 격주 단위의 비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이날 만남은 이 대표 취임 후 사실상 첫번째 여야 대표 회동이다. 여당은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사태'로 인해 3.8 전당대회 전까지는 비상대책위체제였다. 그간 예산안과 주요 쟁점 법안을 두고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했던 여야가 처음 손을 잡은 상징적인 자리인만큼 양당 대표는 협치에 방점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공개 회동에서 "그동안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해온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지만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 대표가 잘 해주실 거라고 믿고, 저도 당대표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 협치, 운영 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여야가 3월 내 처리하자고 합의한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법(K-칩스법)'도 언급하며 "합의 결단에 감사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애초 기획재정부가 수정 제출한 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 대표가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당 입장도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 대표는 "쟁점이 덜한 법안부터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다"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법안 △30인 미만 기업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등 구체적인 법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한일관계나 양곡관리법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만남인 만큼 이견 차를 확인하기보다 접점을 찾자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표도 "국민 삶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여야 입장(이견)을 떠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데 어떤 것이 더 시급한지 진지하게,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개선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에서 제시하는 안건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퇴행적이나 잘못된 것들이 아니라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규제 개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과감한 규제 개혁을 하자'고 말했고, 이 대표도 '불필요한 규제에 대해선 과감하게 해제해야 한다'고 호응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윤 대통령이 보완 검토를 지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 대표는 여야가 함께하는 공통공약추진단과 비상경제회의 등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안했다. 여야가 지난 대선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공통 공약을 함께 이행하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뜻을 모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만남 이후로 실제 여야 간 협치 기구나 대표 간 만남이 활성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제안한 기구에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여권의 공격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날 약속대로 여야 관계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선거가 다가오면 상대당을 향한 공격은 심해지기 마련"이라고 내다봤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