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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인세의 경제학

[서초포럼] 법인세의 경제학
여러 조세들 중에서 법인세에 대해서 특히 많은 논쟁이 발생하는 것이 목격된다. 2023년 예산안 논의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도 25%로 되어 있는 법인세율을 얼마나 인하할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부자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법인세는 근본적으로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법인세는 왜 존재하고, 어떠한 역할을 하며 어떠한 수준이 적정한 것일까.

법인세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교과서적 답변은 법인이 자연인처럼 계약을 맺고 소송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주체로 지위를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유한책임이라는 혜택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가로 법인세 부과가 합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 따르더라도 유한책임의 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 가장 적절한 법인세의 근거는 법인세가 없을 경우 개인소득세를 법인 설립과 조세지연을 통해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인세가 존재하는 경우 법인세는 개인소득세와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실제로 전 세계 국가들의 개인소득세와 법인세는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게 관찰된다.

전 세계 국가들의 법인세를 관찰해 보면,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법인세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한 국가가 법인세를 낮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인세를 경쟁국에 비하여 낮추면 기업의 세후수익이 높아져 좀 더 많은 기업이 자국 내로 생산활동을 이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인세 인하 유인을 모든 정부들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들은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낮추게 되고, 기업 유치라는 의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세수만 낭비하게 된다. 이러한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은 게임의 참가자들이 서로 협조하여 상호이득이 되는 좋은 균형점으로 가지 못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낭비적 경쟁을 하게 된다는 '죄수의 딜레마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국가들은 이러한 낭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큰 시장을 떠나 다른 국가로 기업이 이전하는 경우 큰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는 추가적인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핀란드 등 소규모 국가들은 미국, 영국, 독일 등 대규모 국가들에 비하여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관찰된다. 국제 조세경쟁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적합한 법인세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고 이루어진 지난 정부에서의 25%로의 법인세율 인상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우리나라의 경쟁국들의 법인세율은 물론 미국, 영국과 같은 대규모 선진국들의 법인세율보다도 높게 만들었다.
향후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을 경쟁국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낭비적인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국제공조를 통해 모든 국가들이 함께 법인세율을 어느 정도 높게 유지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최저 법인세율을 설정하고 과도한 세율인하 경쟁을 지양하려는 국제적 공조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