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너구리.(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 팬데믹이 중국 시장에서 불법 거래된 너구리에서 시작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신종 병원체 기원 과학자문그룹회의에서 바이러스학자, 유전체학자, 진화생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과학 연구소 ‘스크립스 리서치’, 호주 시드니대학교, 미 애리조나대학교 등 소속 국제 연구진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으로 시장을 폐쇄한 직후인 2020년 1월부터 석달동안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 곳곳에서 채취한 유전자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중국 화산 수산시장은 어물을 비롯해 박쥐, 천산갑, 뱀, 오리, 지네, 너구리, 토끼 등 각종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팔았다.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체불명 폐렴으로 처음 보고됐을 때 이 시장이 발병지로 지목된 바 있다.
국제 연구진이 분석한 유전자 샘플은 당초 3년 전 수집돼 중국 과학계에서 분석했으나 중국은 올해 1월에야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삭제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되기 전 프랑스의 한 생물학자가 이를 우연히 발견했고, 그가 이를 국제 과학자 그룹과 공유하면서 데이터는 재분석을 거치게 됐다.
이번 재분석에서는 화난 수산시장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이 아닌 인간에서 시작했다고 결론 낸 중국 측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국제 연구팀은 “데이터를 분석하자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유전자 샘플에는 이 시장에서 판매됐던 너구리의 유전자가 상당량 섞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였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유력한 숙주 동물로 꼽혔던 박쥐나 천산갑이 아닌 너구리가 코로나19 중간 숙주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학술지 등에 공식 게재되지 않았으나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 내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AGO)’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WHO는 중국이 코로나19와 너구리 등 야생동물 간 연관성에 대해 더 일찍 공표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자료들이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결정적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그 해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데 중요하다”며 “중국은 3년전에 유전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전부터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다만 이번 재분석 결과가 코로나19의 기원을 완벽하게 밝혀주는 것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지금까지의 정보만으로는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게 확실한지, 너구리가 처음으로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게 맞는지 단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설령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맞는다고 해도 바이러스에 먼저 감염된 사람이 너구리에게 이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매체는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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