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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복원' 징검다리 놓은 尹대통령, 기시다 건너올까 [숙제 남긴 尹대통령 방일]

셔틀외교 재개·지소미아 정상화
양국 미래지향적 관계 기틀 마련
기시다, 과거사 대한 사과 없어
日기업, 징용 피해자 배상 참여 필요

'한일 관계 복원' 징검다리 놓은 尹대통령, 기시다 건너올까 [숙제 남긴 尹대통령 방일]
윤석열 대통령이 1박2일의 짧은 일본 실무방문에도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았다. 정상회담은 물론 일본의 정계, 재계, 미래세대와의 만남을 통해 윤 대통령은 그간 냉랭했던 양국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향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유지를 위한 관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 등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 측에서 진정성 있는 일본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 정부 주도로 이뤄진 제3자 강제징용 해법안의 경우 '굴욕외교'라는 후폭풍이 불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국민 설득과 이해 구하기가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양국 관계를 전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전반을 조속히 회복시키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지향한다는 정상 간의 의지를 확인했다.

우선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셔틀외교 재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수출규제 해제 등 꼬였던 양국 관계를 풀고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성을 마련했다. 민간에서도 한일 관계 회복의 증표로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개인적인 신뢰 형성이다.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공식 만찬 외에도 친교행사를 가졌다. 양 정상은 생맥주와 소주를 곁들인 화합주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임기 중 한일 관계를 가장 좋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 역시 다음 방한에서 이 같은 소통의 자리가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한일 간 셔틀외교의 완전한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의 정치권, 경제계, 미래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놓았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치권을 대표하는 아소 다로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포함해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등을 만나 양국 협력 강화에 손을 잡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가운데서도 당초 예정에 없던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도 접견했다. 입헌민주당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환영의 뜻을 표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해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공동주최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교류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양국 경제계는 정상회담을 통한 한일 관계의 전방위적 개선에 대해 '오랜 가뭄 끝에 단비 이상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일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미래'를 위한 행보도 펼쳤다. 이를 위해 게이오대를 찾아 한일 양국의 주역이 될 한국 유학생과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강연에서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으로 규정하면서 "25년 전 한일 양국 정치인이 용기를 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거운 숙제도 남아 있다. 과제를 풀 열쇠는 기시다 총리가 쥐고 있다. 이번 방일기간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나 사과는 끝내 없었다.
따라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굴욕외교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일에서 윤 대통령이 관계개선을 위해 담대하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기시다 총리가 맞손을 잡은 만큼 향후 답방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사죄에 준하는 진정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이번 방일의 의미있는 성과가 퍼즐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역시 일본 기업의 진정성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