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컨테이너 화물시장 정상화 아직… 표준운임 도입 유예를"

컨테이너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
안전운임제 유지 요청 호소문
화주처벌 삭제한 표준운임제
운수사엔 강제성 남겨 '불공평'

우리나라 대표적 무역항인 부산과 인천, 울산 등을 중심으로 수출입 컨테이너화물 운송을 직접 담당하는 운수사들이 최근 국토교통부가 마련해 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보완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컨테이너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는 최근 호소문을 통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현장 실상이 많이 배제돼 있다며 시장 수급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만이라도 기존 안전운임제를 유지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수출입 물량이 증가해 과잉상태에 있는 운송차량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때까지 향후 3년간이라도 안전운임제를 유지하는 것이 화물운송시장에 안정을 기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호소문에는 △지입제와 안전운임제는 사안의 성격상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만큼 두 사안을 분리해서 제도 개선을 해달라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때까지 기존 안전운임제는 유지해달라 △굳이 표준운임제로 개정하려면 화주의 운송운임과 화주처벌조항을 함께 넣어 달라 △그리고 잘못 책정된 안전운임으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가 된 운수사를 구제할 수 있도록 배차대행수수료를 합법화하라 △컨테이너 운송은 일반 국내 화물 운송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운송영업 없이 번호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지입전문업체'를 퇴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호소문을 발표하고 나선 전국컨테이너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는 부산과 인천, 울산 등 컨테이너화물 주요 취급항을 기·종점으로 운송을 실제로 직접 담당하는 300여개 운수사를 회원으로 하는 협의체다.

지입전문업체와 다른 성격을 가진 이 협의회는 향후 광양과 평택 등 전국 컨테이너 항만을 기점으로 하는 모든 컨테이너 운수사를 회원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이 협의회는 현장에서 실제로 컨테이너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배제돼왔다.

이들은 우선 발표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운수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수사 간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도록 하고 있어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개입해 '과속·과로·과적' 이른바 '3과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문제를 내세워 가격을 결정해 준 안전운임제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표준운임제는 더욱 모순이 많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 역시도 제정 당시 운수사 원가가 안전운송운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 차량을 배차하고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운수사는 적자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 차주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해 지난 3년간을 견뎌왔다는 주장이다.

협의회 측은 "안전운임제도 문제가 많지만 이보다 더 현장 실상이 반영되지 않은 표준운임제를 시행할 경우 화주가 지급할 최소운임인 안전운송운임과 처벌조항마저 없어져 운수사는 화주의 운임인하 압박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반면 차주에게 지급해야 할 안전위탁운임은 법으로 강제돼 있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없다"며 보완책을 요구했다.

안전운임제 대신 도입한 표준운임제에는 화주가 최소운임으로 규정한 안전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하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처벌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협의회 측은 "현재 컨테이너차량이 운송할 물량보다 더 많아 경기침체 여파로 차량의 20~30%는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운임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컨테이너 차량 공급이 넘쳐나는 데다 화주의 최저가입찰제 요구 속에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이 돼 있는데,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안전운임제를 연장 시행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현재 운행 중인 컨테이너 차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2004년 차주에 대한 개별면허 허용 이후 물동량 증가가 이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중국 교역의 증가에 따른 인천항 등 서해안 항만점유율이 높아져 부산항 처리 물동량 비중의 경우 낮아진 데다 컨테이너 차량 또한 고급화 추세로 생산성까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 일반 국내 화물 운송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들었다.
일반적으로 택배나 국내 소화물 등은 화주의 요청에 따라 어느 지점에서 지정된 목적지까지 물품만 운송해주면 되지만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모든 단계에서 관세법 적용을 받고 화물 이동 또한 엄격히 통제받는다는 것이다.

협의회 한 관계자는 "다양한 화물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취급에 주의가 필요함은 물론 선사와 터미널에 화물에 관한 각종 데이터의 전송이 선행돼야 하며, 각종 비용 역시 사전에 정산돼야 컨테이너 이동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에 있어 운수사의 역할과 기능이 막중함에도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