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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재외동포 우편투표제 도입 시급

재외동포 수시간씩 걸려 겨우 현장 투표
상당수 재외국민, 이동거리 멀거나 직장문제로 참정권 행사 어려워
관련법안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처리 무산
임종성의원 "우편투표제 도입으로 소중한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해야"

'우리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재외동포 우편투표제 도입 시급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사진=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벨기에 브뤼셀 인근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 송모(52)씨는 지난해 3월, 20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차로 약 1시간 거리의 대사관을 찾았다. 비록 몸은 멀리에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정수반을 뽑는 중요한 선거이기에 소중한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하겠다고 맘을 먹은 터였다.

송씨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 근무 중인 때라 직장 문제없이 투표가 가능했다"며 "투표소까지 물리적 거리가 멀 경우 투표권을 행사하기 힘든 것이 재외국민들이 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송씨는 이전 직장이 있던 미국 뉴욕 근교에 거주할 때는 투표소까지 차로 4시간 이상을 달려 투표를 하기도 했다.
차로 수시간... 비행기 타고 투표해야?

이처럼 상당수 재외동포들은 대사관 등 투표소가 설치된 장소에서 멀리 거주할 경우 투표를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물리적 이동 거리와 번거로움 때문에 투표를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의 경우 선거당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가 전국 어디에나 설치된 투표소에서 사전에 미리 투표하는 '사전투표제'를 비롯해 몸이 불편한 유권자가 자신이 있는 요양원, 병원, 자택 등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거소투표소' 등 유권자들의 참정권 행사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강구돼 편의를 제공하지만, 정작 재외동포들은 이 같은 제도적 편의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현장투표만 허용..재외동포 참정권 행사 어려워

해외에서 현장 투표만 가능한 현행법 때문에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재외국민의 투표를 보다 편리하게 지원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임종성 국회의원은 최근 재외국민 투표시 우편투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재외국민의 투표에 관한 특례를 두어 재외선거인과 국외 부재자에게 재외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투표 방식은 현장 투표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관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거나 질병 등으로 몸이 아파 투표장 방문이 어려운 재외국민의 경우 사실상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차례 법안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

그동안 수차례 관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 법안 개정을 논의했지만 번번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해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7월 관련 논의가 진행되며 여야 대표가 합의까지 마쳤지만 결국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투표소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영사관, 대사관 등 공관에 주로 설치된다. 국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재외국민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장거리를 운전하거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선거인 등록을 위해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직장 문제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

또 191개 수교국 중 외교 공관이 존재하지 않는 75개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은 사실상 투표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 해외 재외선거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장 투표가 불가능해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코로나 19유행으로 재외선거 사무 중지 탓에 재외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편투표제 도입으로 소중한 주권 행사 보장해야

우편투표제도가 미리 도입됐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이다. 당시 21대 총선 재외국민 선거에서 8만4690명 선거인수 중 4만858명이 투표해 48.2%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 수만 17만명이 넘었는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재외동포들이 '우편투표제' 등을 통해 투표에 참여하고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정안은 외국에서 투표하는 선거인 중 재외투표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선거인 등은 거소투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거소투표용지는 우편을 이용해 발송 및 회송하도록 하는 '우편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재외국민의 투표 편의를 제고하고 참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종성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체류 지역이 어디든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우편투표제가 조속히 도입됨으로써 재외국민 유권자들의 투표 편의가 제고되고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