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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개혁안 마침내 통과, 마크롱 국정 운영 '먹구름'

프랑스 하원에서 마크롱 정부 불신임안 투표, 9표 차이로 부결
불신임안 부결로 정부에서 추진하던 연금개혁안 통과
정년 62세에서 64세로 연장, 헌법재판소 심의만 앞둬
마크롱 숙원사업 달성했지만 반란표 많아, 국정 운영 흔들리 수도

프랑스 연금개혁안 마침내 통과, 마크롱 국정 운영 '먹구름'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극장 앞에서 연금개혁안 통과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쓰레기 더미에 불을 붙인 가운데 한 소방관이 이를 진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7년 취임부터 연금개혁을 외쳤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내각 불신임 투표를 간발의 차이로 통과하면서 연금개혁안을 강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투표가 겨우 9표 차이로 부결된 만큼 향후 마크롱 정부의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은 마크롱 정부의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 2건을 표결에 부쳤다.

하원 전체 의석은 577석이나 4석의 공석을 감안하면 불신임안 가결을 위해 287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20일 오전에 제 1야당인 좌파연합 ‘뉘프(NUPES)’와 중도성향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이 발의한 1차 불신임안 투표에서 278명이 찬성표를 던져 단 9명 차이로 부결됐다.

같은날 하원에서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따로 제출한 불신임안도 표결했으나 94명이 찬성했다.

마크롱은 2017년 취임 당시에도 프랑스의 연금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직장 정년을 높이고 연금 기여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재선 당시에도 연금 개혁을 주장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프랑스의 연금 재정은 2023년 적자로 전환해 2027년에만 연간 120억유로(약 16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최대 50억유로의 적자가 쌓일 전망이다.

이에 마크롱은 지난 1월 10일 본격적으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최종안에는 현재 62세인 정년을 오는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단계적으로 연장해 2027년에는 63세, 2030년까지는 64세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금을 삭감하지 않고 100%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기여 기간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연장했다. 근로 기간을 늘리는 대신 올해 9월부터 최저 연금 상한을 최저 임금의 85%로 10%p 인상한다는 조항은 유지됐다.

해당 개혁안은 지난 16일 상원을 통과했다. 마크롱 정부는 하원에서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자 헌법 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 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하원 야당들은 마크롱 정부의 조치에 내각 불신임안 발의로 맞섰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헌법 49조 3항으로 추진하는 법안은 취소되고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20일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마크롱은 21일 내각의 보른과 집권당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외신들은 불신임안이 겨우 9표 차이로 부결됐다며 마크롱의 향후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파 공화당은 앞서 불신임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19명의 의원이 당론을 어긴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하원 인근에서는 경찰의 통제로 대규모 시위가 없었지만 생라자르 기차역, 오페라극장 인근 광장에서 예고에 없던 시위가 열렸다. 현지 경찰은 유혈사태가 없었지만 파리에서만 7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