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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침몰 직전 일본을 구해내다 … 오타니, 눈물의 WBC 결승 진출

오타니 쇼헤이, 4타수 2안타에 9회에는 선제 2루타
4타석 3삼진의 무라카미, 9회 역전 2타점 2루타
베이징올림픽 당시 한일전서 홈런으로 부진 씻어낸 이승엽 떠오르는 순간
일본-미국 WBC 결승전서 사상 첫 맞대결

무라카미, 침몰 직전 일본을 구해내다 … 오타니, 눈물의 WBC 결승 진출
오타니 쇼헤이 극적인 일본의 결승진출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무라카미 무네카타가 침몰 직전의 일본을 구해냈다. 그리고 일본 국민들에게 결승행 티켓을 선물했다. 아울러 오타니 쇼헤이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엄청난 감격에 눈시울을 살짝 붉히기도 했다.

일본이 무라카미 무네카타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4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3 WBC 4강전에서 4-5로 패색이 짙던 9회말 2점을 뽑아 6-5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2006년 초대·2009년 2회 대회 WBC 우승국인 일본은 2013·2017년에는 4강에서 도전을 멈췄다가 14년 만에 세 번째 우승기회를 잡았다.

무라카미, 침몰 직전 일본을 구해내다 … 오타니, 눈물의 WBC 결승 진출
일본, WBC 3번째 우승 노린다 (연합뉴스)

B조 1라운드에서 한국에게 13-4로 승리하는 등 4전 전승으로 통과하고 8강에서도 이탈리아를 완파한 일본은 시종일관 멕시코에게 고전했다. 초반은 시속 160㎞가 넘는 광속구에 퍼펙트 게임을 기록했던 우완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와 좌완 패트릭 산도발(로스엔젤레스 에인절스)의 대결로 막을 올린 4강전의 초반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2019년 에인절스에서 데뷔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산도발은 시속 150㎞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를 던지며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다.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허용했지만, 삼진을 6개나 뽑아내며 4⅓이닝을 0점으로 틀어막아 일본을 당황하게 했다.

여기에 4회 멕시코의 우리아스는 사사키의 2구째를 통타해 우월 3점홈런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사사키 로키는 그대로 무너졌고, 일본은 결승전 선발투수로 내정되었던 야마모토(오릭스 버펄로스) 를 당겨쓰는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마모토도 그다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속 추가실점 하며 부진했다. 야마모토는 2년 연속 투수 5관왕을 차지한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다.

일본은 멕시코의 강력한 화력과 일방장타에 계속 고전했다. 멕시코는 거칠었지만, 힘에서는 일본 야구에 월등히 앞섰다.

무라카미, 침몰 직전 일본을 구해내다 … 오타니, 눈물의 WBC 결승 진출
포효하는 무라카미 (교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일본 야구대표팀 무라카미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9회말에 터진 무라카미의 끝내기 2루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2023.3.21 jiks79@yna.co.kr (끝)

하지만 4-5로 뒤진 9회말 역전승의 물꼬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텄다. 오타니는 선두 타자로 나와 멕시코의 히오바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곧바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가 볼넷을 골라 역전 주자로 1루를 밟았다.

직전 타석까지 4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로 침묵하던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해 일본인 타자 역대 최다인 한 시즌 홈런 56개를 친 선수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부진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만루찬스를 날려버리는 등 한국에게 추격의 불씨를 제공한 선수도 무라카미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4타석 3삼진을 당하며 공격의 흐름을 모조리 끊어먹었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가예고스의 속구가 한복판에 들어오자 중견수 쪽으로 멀리 높게 날아가는 타구를 날렸다. 안타임을 직감한 두 명의 주자는 홈으로 쇄도했고, 공이 닿기 전에 모두 홈을 밟아 대역전극을 매듭지었다.

무라카미는 이 한 방으로 역적에서 극적인 국민영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흡사 과거 베이징 올림픽 당시 한국의 '이승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무라카미, 침몰 직전 일본을 구해내다 … 오타니, 눈물의 WBC 결승 진출
오타니 쇼헤이가 WBC 결승전에서 미국과 맞붙는다 (연합뉴스)


오타니는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결승전 선발은 다르빗슈, 구원 투수로서는 오타니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한국시간 22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미국과 결승전을 벌인다. 두 팀이 결승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오타니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승해야 한국-대만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라며 우승에 대한 염원을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