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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中세금 정책의 '두 얼굴'

[차이나 톡] 中세금 정책의 '두 얼굴'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과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코로나19 봉쇄와 영업중단 고민이 사라지자 이번엔 세무조사와 식품·소방 점검이 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통상적 행정 집행이면 불편을 느낄 이유는 없다. 지난 3년 제로코로나 시기에 잠시 멈췄던 뒷돈 챙기기가 시작되고, 경기부양을 위해 재원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 찾아온 것이라고 이들은 토로한다. 올해를 '중국 투자의 해'로 정하고 서비스 향상을 외치는 정부 모습과는 상충된다.

중국이 이달 초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제시한 경제기조 중 하나는 대외개방 확대와 외국인 투자 유치, 소비진작이다. 중국 자체적인 투자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여서라도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속내가 깔렸다. 그러면서 세금감면·환급·유예 등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자연스럽게 기대감은 상승했다. 반복됐던 제로코로나 봉쇄의 막대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섞였다. 하지만 현실은 차이가 있다. 기업과 상인들은 공교롭게 양회가 끝나자 곳곳에서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소연한다. 단순한 일반적 집행이면 그나마 다행이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강도 높은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법은 복잡하고 어렵다. 이로 인해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이든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 나라 언어와 풍습, 제도,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기업은 빈틈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 기업 규모가 작고 재정이 여유롭지 않은 소기업·상인일수록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갖고 있다.

여기다 '고발' 혹은 '신고'를 명분으로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하는 기관과 소방안전 점검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수시로 등장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메뉴판에 없는 식재료가 냉장고에 있다거나 미진한 소방설비를 내세우는 등 각종 꼬투리를 잡는 사례도 제시된다. 적발되면 벌금은 물론 수개월의 영업정지 처분 혹은 영업취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한 기업인은 "양회에서 각종 지원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가진 정부가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세무조사나 식품·소방점검"이라며 "뒷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제로코로나 기간 막대한 지출로 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기업·투자자는 불확실성 증대에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니 달리 도리가 없었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줄기차게 외국 투자와 기업인에게 신경을 쓰는 것도 사실상 이러한 현실이 반영됐다. 그렇다면 더 솔직하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세금혜택을 연출하면서 뒤로는 세무조사나 점검에 나서는 것은 개방이 아니라, 결국 '돈에 대한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