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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무보다 숲 보라지만… 결국엔 디테일

[기자수첩] 나무보다 숲 보라지만… 결국엔 디테일
"나무보다 숲을 봐라." 부분에 얽매여 큰 틀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을 보고 있자면 숲만큼 나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 정부 출범 후 늘상 그렇듯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 전성시대를 열고 해묵은 과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5월 금융리스크 대응 TF를 시작으로 지난달 문을 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까지 TF만 7개에 달한다. 다루는 과제도 '은행권 경쟁촉진' '금리산정체계', 금융권의 판도를 바꾸는 '거대한 숲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잃어버린 디테일이다. 정책의 정교함이 떨어진다. 실수요자 주담대 상환부담을 덜겠다며 금융당국이 지난 2일 개정한 은행업 감독규정이 대표적이다. 주담대를 갈아탈 때 1년간 한시적으로 기존 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소비자들은 "같은 은행 대환에만 적용되는지 몰랐다"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기존 대출을 연장할 때 한도가 낮아지는 걸 막겠다는 당국의 정책의도가 실수요자에게 닿지 않은 것이다. 의도는 좋았는데 결과는 실패로 돌아간 안 좋은 선례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며 당국이 적극 추진한 청년 자산형성 정책금융도 디테일이 아쉽다. 청년층이 5년간 적금을 부으면 5000만원 상당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는 지난 정부에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과 중복가입이 안 된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려면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중도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내년 2월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끝나고 가입수요가 몰릴 때를 대비한 추가 공급계획도 아직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자체적으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기다리는 처지에서는 애가 탄다.

하지만 바로잡을 시간은 아직 많다. 집권 2년차에 금융정책의 큰 틀을 잡는 것도, 금융권이라는 숲을 어떻게 가꿀지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정책의 디테일을 봐야 결국 국민의 효용이 높아진다. 특히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상생금융을 확대하겠다는 정부라면 더더욱 현장 이야기를 듣고 실수요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금융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고민 중인 당국이 정책 디테일에도 시선을 돌리길 바란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