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연초 기준금리 인상 종료설, 1월 효과에 힘입어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던 단기금융시장이 다시 경색국면으로 급변한 양상이다. 2월 한 달 동안 전단채, 기업어음, 단기 유동화증권을 포함한 단기금융증권 순상환 규모는 11조원이 넘는다. 금리인상,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력이 줄면서 '불황형 상환'이 늘어난 탓이다.
■한 달동안 단기금융시장, 10조원 순상환
22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지난 2월 단기금융시장(유동화증권 포함)에서 약 11조2000억원어치가 순상환됐다.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5조487억원어치, 전자단기사채·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6조1460억원이 순상환됐다. 순상환은 발행 대비 현금 상환이 많았다는 뜻이다.
주로 3~6개월 단위로 차환으로 돌아가던 CP 및 전단채, 유동화시장에 돈이 안 돌면서 기업들이 급한대로 현금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금융시장은 만기가 짧은 만큼 자금경색 상황이 지속될수록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채권 차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CP, ABCP 잔액은 206조7978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63조원이 6개월 안에 만기를 맞는다. 또 전체의 81%에 해당하는 167조원이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전단채(유동화증권 포함) 잔액은 22일 기준 67조1238억원으로, 이 중 96%가 석 달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美긴축·인플레이션 우려+韓 건설사 PF 우발채무 리스크 '살얼음'
올해 초 풀리는 듯 했던 단기금융시장의 온기는 1월 한 달만에 끝이 난 셈이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고공 행진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설은 힘을 잃었다. 다만,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금융 안정성이 부각되는 점은 연준의 긴축 속도를 늦추는 재료가 됐다는 평가다.
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PF 우발채무발 리스크가 전체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건설사, 증권사 등은 현재의 단기금융시장 유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주요 건설회사 11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우발채무 규모는 총 95조원에 달했다. 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했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의 우발채무 절대적인 규모는 매우 과다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설사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KCC건설,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 HL, D&I 한라 총 11개사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현재 건설산업 전체적으로 위험군 우발채무 부담에 대한 대응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 "부동산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미분양 위험지역 확대 등으로 요주의 우발채무 규모가 증가추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신규 착공 사업장의 분양률이 낮을 경우 우발채무 위험도가 낮은 책임준공의무 관련해서도 공사대금 미회수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이 발생하고 이는 추가적인 재무부담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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