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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올해는 점포 통폐합 계획 없어요"

금융당국, 무분별한 감축에 제동
최근 5년 간 전국 608곳 문닫아
디지털뱅킹 취약계층 외면 비판

해마다 100여 곳씩 전국 각지의 점포를 폐쇄해온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에는 점포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노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외면한 채 비용 절감에만 집중한 은행들의 무분별한 점포 감축 행태에 제동을 걸자 은행권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해에 폐쇄하기로 결정된 점포 이외에 올해 점포를 추가로 닫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점포 폐쇄 계획이 없고 하나은행의 경우 오는 7월 예정된 1건의 점포 폐쇄를 제외하고 추가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올해 계획안을 수립 중인 농협은행도 추가 점포 폐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연초에 줄이기로 지난해 말 결정된 10여곳을 제외하고 추가적인 점포 폐쇄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66개의 점포를 폐쇄한 후 추가적인 점포 통폐합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해마다 100여곳이 넘는 점포를 폐쇄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농협은행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5대 시중은행은 최근 5년간 총 608곳의 점포를 폐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출장소를 제외하고 2018년 45곳, 2019년 53곳에서 2020년 168곳, 2021년 178곳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164곳의 점포를 폐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점포를 줄이면 건물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축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같은 은행권의 점포 폐쇄 행렬이 멈춘 이유는 금리인상기에 막대한 이자 이익으로 '돈 잔치'를 벌인 은행이 디지털 전환만을 앞세워 고령층 등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도 점포를 폐쇄하거나 고용 창출 여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은행의 지점 통폐합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면 영업 점포를 줄이면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펼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말까지 운영 중인 은행 공동지점은 총 4곳에 불과했고 오프라인 채널 다양화를 위해 실시한 편의점 점포도 2021~2022년간 단 9곳만 늘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