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3살 딸 '살해·성폭행' 누명에 옥살이한 아버지.. 죽음마저 '비운'

20년전 미국 떠들썩하게 했던 살해사건
중앙분리대 넘어온 차량과 충돌해 숨져

3살 딸 '살해·성폭행' 누명에 옥살이한 아버지.. 죽음마저 '비운'
누명을 벗은 뒤 시카고 윌 카운티 법원을 걸어 나오고 있는 케빈 폭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시카고 트리뷴 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세 살배기 딸을 성폭행 하고 살해했다는 누명을 써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비운의 미국 남성이 최근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22일(현지시간) 미 현지언론에 따르면 20년 전 딸 사망사건으로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카고 남성 케빈 폭스(46)가 지난 20일 오후 아칸소주의 농촌 센터빌 인근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차량과 정면충돌해 사망했다.

폭스는 지난 2004년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누명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바 있다.

같은 해 6월 폭스는 자신의 딸 라일리(3)가 자택 인근 개울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라일리는 성폭행을 당한 뒤 덕트테이프로 묶인 채 개울에 버려져 있었다.

그러나 현지 검찰은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폭스를 딸 살해·성폭행 혐의로 기소·수감했다. 폭스가 동영상을 통해 범행을 시인했다는 것. 검찰은 폭스의 딸이 방 문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고, 폭스가 납치로 꾸미기 위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폭스는 "강압 수사·유도 신문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항소했고, 유전자(DNA) 분석을 거쳐 범인이 아닌 사실을 입증해 8개월 만에 출소했다.

검찰은 이후 6년 만인 2010년 폭스 가족의 이웃이었던 성범죄·강도 전과자 스콧 에비(51)를 용의자로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에비는 술과 마약에 취했던 상태로, 폭스 가족의 집을 털기 위해 잠입했다가 잠들어 있는 라일리를 발견해 성추행 목적으로 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에비는 "라일리가 숨지기 전 '아빠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라고도 밝혔다. 에비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건 당시 라일리 사체를 수습하는 곳 근처에서 재소자용 신발 한 켤레가 나왔고, 그 안에 에비의 이름이 적혀있었으나 수사 당국이 이를 간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폭스 변호인단에 따르면 폭스는 초동 수사 당시 DNA 검사·분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폭스는 2007년 윌 카운티 사법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800만 달러(한화 약 10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폭스는 이후 재혼한 뒤 세 자녀를 낳고 개인사업을 운영하며 삶을 보냈지만, 이날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와 관련해 아칸소주 경찰은 "교통사고 당시 현장 인근 날씨는 맑고 건조했다. 픽업트럭을 몰고 가던 폭스와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