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SVB 시스템적 리스크 전이 가능성 낮아"
다만 글로벌 금융여건 급변시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고위험가구 한계기업 부동산PF 익스포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취약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고위험가구나 한계기업,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비은행 금융기관등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 증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은은 23일 "미 SVB 파산사태 등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사태 악화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SVB 파산사태의 발생원인은 금리상승에 취약한 SVB의 특수한 자산·부채구조 영향이다. SVB는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왔으며, 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채 등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한 바 있다.
그러던 중 금리인상 기조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SVB의 예금·투자약정 잔액이 감소했으며, 자금조달 목적으로 진행한 유가증권 매각과정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SVB의 수익성 및 신뢰도 악화로 이어지며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로 번졌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SVB 등과 자산 및 부채 규모가 상이하다며 이같은 뱅크런 사태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 중 국내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32.5%로 국내 금융당국 규제 기준(LCR 92.5%)를 상회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충분한 외화자금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화유동성 또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금융기관은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구조로 총자산중 채권 비중이 낮고 이에 연계된 금리리스크 또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낙관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채권 등 유가증권 비중은 일반은행이 18.1%, 저축은행이 4.8%로 나타나 SVB가 보유했던 56.7%의 유가증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SVB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및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여기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불안 시기마다 국내 금융불안이 확대되며 고위험가구, 건설업종 기업 및 한계기업, 연체율이 높아지거나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비은행 금융기관 등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바 있다.
한은은 이들을 중심으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음을 감안하며, 경제주체의 리스크 회피로 스타트업이나 가상자산·핀테크 등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주요국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 및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여기에 △취약금융기관에 대한 현장정보 수집활동 강화와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를 위한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검토 △스트레스 완충자본제도 도입 등이 언급됐다.
한은은 "한국은행 차원에서도 금융시장 불안시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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