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특권 포기 주장하던 與
같은당 의원 표결 앞두고 고심
주호영 등 '찬성' 뜻 밝혔지만
공식선언엔 신중론 목소리도
여권이 자당소속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 속내가 복잡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해왔지만, 검찰수사에는 여야가 없는 만큼 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향배에 따라 스스로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해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마찬가지로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도 가결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이후 "국민의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며 불체포특권 포기가 사실상 당론과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무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됨에 따라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51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소속 김형동·박정하·유의동·이태규·최형두 의원은 지난 16일부터 소속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는 첫번째 개혁과제는 대한민국 정치 사전에서 '방탄 국회'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나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과는 정치적 연관성이 없다면서 '정치 공세'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에게는 동참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비록 같은 당 동료 의원이라하더라도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된 만큼 불체포 특권속에 숨어 방탄 국회로 보호하기보다는, 사법당국에 나가 직접 소명을 하는 게 떳떳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이 대표의 법원 출두를 막기 위해 온 몸으로 방탄국회를 연이어 소집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에둘러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식 선언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 의원 110명 중 아직 서약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이 절반에 달하는 데다 표결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오히려 정치적 퍼포먼스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약에 참여하지 않은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경쟁 후보를 향한 공격이 심화될 텐데 포기를 선언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개인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체포 특권 제도)취지를 고려해 양면성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에게 특권 포기를 강하게 압박해온 데다 시중 여론마저 불체포 특권 포기에 우호적인 상황도 대놓고 특권 유지를 주장하기가 애매하게 한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