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도 민간PB서비스 도입
채무조정에 복지제도 연계 주장
생애주기별 재무설계 법안 발의
제도권내 금융교육 활성화 필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7일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실제 상담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대출에 종합 재무상담을 연계한 생계비대출의 흥행으로 '금융 컨설팅 인프라'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에 국한됐던 민간의 PB(Private Banking) 서비스를 정책금융의 영역으로 가져와 금융취약계층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법률안도 나왔다. 소액생계비대출 흥행은 '벼랑 끝 차주'가 많다는 서글픈 현실 방증인 한편, 채무조정·복지제도 연계로 정책금융 만족도를 높일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프라 부족 '한계'
대면상담 후 최대 100만원을 연 9.4~15.9% 금리로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은 27일 대출 시행 첫날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대면상담 예약방식이나 금리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종합상담'을 두고는 현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당국 또한 이런 효과를 고려해 대면상담 방식을 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상담의 핵심은 '대면'이 아니라 채무조정·복지·고용과의 연계를 통한 '자활' 지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취지가 취약계층에 제도권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또 당장 필요한 생계비를 대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서민정책금융기관에서 부채관리·신용회복 종합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로 채무조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로선 당장 인적·물적 인프라도 부족하다. 오는 4월 21일까지 생계비대출 예약률이 98%로 2만5144명이 신청한 반면, 전국의 지원센터는 46개에 불과하다. 그런 와중에 센터 내 일부 창구만 생계비대출 창구로 쓰이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18개 창구 중 3개만 생계비대출 창구로 쓰이는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실정이었다. 기존의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고용상담과 함께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셈이다.
■취약계층에 민간 PB 서비스 지원
정치권에서도 일회적 상품 중심의 정책금융을 컨설팅 서비스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청년·한부모가정·은퇴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재무설계를 지원하는 내용의 '생애주기별 재무설계 지원법'(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원회에 생애주기별 재무설계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기본방향을 정하도록 하고, 지원센터를 통해 금융취약계층에 재무설계 서비스와 상담·자문·교육을 실시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가 지원대상을 선정해 바우처를 제공하면 센터의 재무설계사가 희망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민간 PB가 컨설팅해주는 것처럼 △생애주기별 재무목표 설정 △재무건전성 평가 △생애주기별 소득·지출·저축·투자 관리 △보험 및 연금상품 분석 등이 포함된다.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진흥원 역할 확대, 금감원의 상생금융 기능 강화 등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도 '컨설팅 필요성'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재현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실증분석을 해보면 컨설팅과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 채무상환 비율이 더 높다"며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하고 또 추가로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관념' 정립 교육 뒷받침돼야
재무컨설팅에 더해 제도권 내 금융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안정적 자산형성과 건전한 투자의 선순환을 위해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제도권 내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를 금융교육 컨트롤타워로 정하고 국가·지자체가 금융교육 지원정책을 시행하도록 한 '금융교육진흥법(제정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추가로 개통해 타인에게 넘기는 대가로 10여만원을 받는 내구제 대출이 성행하는 등 당장 소액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금융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금융 금리를 더 내려야 하고, 돈을 빌려줘도 이 돈이 생계비나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금융·경제관념'을 심어주는 실생활 금융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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